"역시 해결사"… 국제사회에 막강 존재감 과시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이 최근 임기 연장이 결정되자마자 한 건 해냈다. 철벽과도 같아 보였던 튀르키예를 설득해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지지하게끔 만든 것이다. 현 사무총장의 유임 말고는 다른 대안이 없다며 임기 연장을 적극 지지한 조 바이든 대통령은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을 극찬하고 나섰다.
10일(현지시간) 나토 정상회의 개회를 하루 앞두고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가 따로 양자 정상회담을 가졌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의 중재로 성사된 이 만남은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놓고 두 나라가 마지막 담판을 짓는 성격이 강했다.
회담 결과는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이 직접 발표했다. 그는 “스웨덴의 나토 가입 비준안을 (튀르키예) 의회에서 가능한 한 이른 시일 내에 처리하는 데 합의했다고 전하게 돼 기쁘다”며 “오늘(10일)은 역사적인 날”이라고 말했다.
나토는 새 회원국을 받아들이려면 기존 회원국들 의회 전부가 이 가입안을 비준해야 하는 만장일치 의사결정 구조를 갖고 있다. 스웨덴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에 충격을 받아 오랫동안 유지해 온 군사적 중립 노선을 내던지고 나토 가입을 신청했다. 그런데 모든 회원국 중 튀르키예 그리고 헝가리 두 나라 의회가 스웨덴의 나토 가입안 비준을 차일피일 미루면서 아직 회원국이 되지 못하고 있다.
나토 회원국 가운데 유일한 이슬람 국가인 튀르키예는 스웨덴 조야의 반(反)이슬람·반튀르키예 정서를 근거로 삼아 스웨덴의 나토 가입에 반대했다. 앞서 스웨덴 극우 세력이 이슬람 경전 ‘쿠란’을 불태우며 시위를 벌인 것, 스웨덴 일부 언론이 에르도안 대통령을 ‘독재자’라고 부른 것 등을 일일이 거론하며 “튀르키예를 무시하는 스웨덴은 나토 회원국이 될 자격이 없다”고 호통을 쳤다. 튀르키예가 반정부 테러단체로 규정한 조직 구성원들이 스웨덴에서 버젓이 활동하는 점을 지적하며 강력한 단속을 주문하기도 했다.
튀르키예와 스웨덴 사이에서 중재자를 자처하며 끈질기게 가입 협상을 이끌어 온 이가 바로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이다. 노르웨이 총리 출신인 그는 2014년 임기 4년의 나토 사무총장에 취임해 한 차례 연임하고 원래는 2022년 9월 물러날 예정이었다. 그런데 마침 그해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했고 ‘전쟁 중에는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원칙에 따라 2023년 9월까지 임기가 연장됐다.
나토 회원국들은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의 임기 만료가 2개월 여 앞으로 다가올 때까지도 새 사무총장을 정하지 못했다. 그러자 미국은 “대안이 없다”며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에게 “2024년 9월까지 1년만 더 나토를 이끌어달라”고 부탁했다. 다른 회원국들도 동의하고 나서면서 결국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장장 10년간 권좌를 지키게 됐다. 그리고 임기 연장이 결정되자마자 스웨덴의 나토 가입 성사라는 ‘대어’를 낚으며 국제사회에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줬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에서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을 극찬했다. 그는 “크리스테르손 총리와 스웨덴을 나토의 32번째 동맹국으로 환영하기를 고대한다”며 “무엇보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의 확고한 리더십에 감사를 드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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