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전승절 맞춰 도발 가능성 커
한 치 오차 없는 대비태세 갖출 때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어제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미군 공군정찰기가 동해 배타적경제수역(EEZ) 상공을 침범한 날짜와 시간을 적시하며 “반복하면 군사적 대응행동에 나서겠다”고 했다. “최근 RC-135, U-2S와 무인정찰기 글로벌호크가 공중정탐 행위를 했다”면서 “조선 동해상에 격추되는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담보는 그 어디에도 없다”고 했던 전날 국방성 대변인 담화에 이어 연이틀 전략자산 전개를 문제 삼고 나선 것이다. 동해 EEZ 상공은 무해통항권이 인정되는 곳인데, 통상적 정찰활동을 침범으로 규정한 북한의 행보가 우려스럽다. 우리 군은 “허위사실 주장으로 긴장을 조성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김여정까지 나선 데는 상황에 따라 언제든 ‘굵직한 도발’을 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어 비상한 대응이 요구된다. 무엇보다 북한의 미군 정찰기 요격 위협이 엄포가 아닐 수도 있다. 또 11∼12일은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가 리투아니아에서 열리고, 13∼14일은 아시안지역안보포럼(ARF)이 잡혀 있다. 이 시기 북한이 원치 않는 방향의 외교행위에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오는 18일 서울에서 출범하는 한·미핵협의그룹(NCG)에 위기의식을 느낀 북한이 7차 핵실험으로 맞대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 정찰기 격추 위협은 북한 주민여론을 의식한 대내용의 성격도 있을 것이다. 북한은 지난 5월 국제해사기구(IMO)에 통보하며 군사 정찰위성을 쏘았으나 ‘기체 결함’으로 실패했다. 자존심이 구겨진 북한 입장에선 내부 결속용 조치가 필요했을 것이다. 한·미 당국이 포착한 대규모 열병식 준비도 마찬가지다. 김여정이 담화에서 그간 써오던 ‘남조선’, ‘남한괴뢰’가 아닌 대한민국이란 표현을 쓴 것도 심상치 않은 대목이다. 남한을 특수관계가 아닌 별개의 관계로 간주하겠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달 초 현정은 현대아산 회장의 방북요청 거부 시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아닌 외무성이 관련 입장을 밝힌 것의 연장선이다.
한동안 잠잠하던 북한이 억지를 부리고 나올 때는 도발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점을 한시라도 잊어서는 안 된다. 북한은 6월25일부터 전승절로 칭하는 정전협정체결일인 7월27일까지를 반미공동투쟁 기간으로 정해 놓고 있는 만큼 도발수위를 한껏 끌어올릴 것이다. 군은 상시적 전략자산 전개는 말할 것도 없고, 대북감시 능력을 재점검해 북한의 도발 억제에 한 치의 빈틈이 없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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