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경제 위상이 급격히 추락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명목 국내총생산(GDP, 시장환율 적용)은 1조6733억달러로 세계 13위 수준에 그쳤다. 2021년 10위에서 3계단 하락하면서 2년 만에 ‘톱10’ 자리에서 밀려났다. 명목 GDP란 한 나라에서 재화와 서비스가 얼마만큼 생산됐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국가 경제규모를 나타낸다. 유엔(UN) 통계에 따르면 2021년 한국의 명목 GDP는 1조8109억달러로 11위였던 러시아(1조7787억달러)와 12위 호주(1조7345억달러), 13위 브라질(1조6089억달러)을 앞섰지만 지난해 또다시 이들에게 자리를 내줬다. ‘10대 무역강국’이라고 자부해 온 것이 무색할 정도다.
강(强)달러로 인해 달러 전환 명목 GDP가 감소했다고는 하지만 경제활력이 떨어진 데 따른 당연한 결과다. 급증하는 무역적자가 가장 큰 원인임은 분명하다. 지난달 무역수지가 16개월 만에 11억달러 ‘반짝 흑자’를 냈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전후 급등했던 국제 에너지 가격이 안정되면서 에너지 수입액이 줄어든 영향이 크다. 무역수지는 지난해 3월부터 올해 5월까지 15개월 연속 적자를 냈다. ‘5% 안팎’ 성장률 목표에 비상이 걸린 중국 상황도 우리 경제엔 악재다. 여기에 GDP 대비 102.2%에 달하는 가계 부채가 소비 여력을 줄여 경제 성장을 둔화시킬 게 뻔하다.
올해 10위권 회복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세계경제전망에서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7%에서 1.5%로 낮췄다. 그렇다고 넋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혁신의 아이콘’ 애플이 최근 시가총액 3조달러(3950조원)를 돌파했다. 삼성전자 시총의 9배, 한국 명목 GDP의 1.8배에 달한다. 정부가 최근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서 기업 등 민간 주도로 경제활력을 제고하겠다고 공언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문제는 실천이다. 미래의 기술 패권을 좌우할 첨단 인공지능(AI) 분야는 승자독식구조다. 서둘러 AI 생태계 형성을 가로막는 규제 혁파와 투자환경 개선, 첨단 고급 인재 양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 그러려면 노동개혁, 세제·예산 지원 등이 뒷받침돼야 하는 건 당연하다. 노동계는 정치파업을 접고, 국회도 정쟁 대신 입법으로 경제살리기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 기업의 경쟁력이 곧 국력의 척도라는 걸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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