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실업급여를 ‘시럽’, ‘베짱이’로 비하
국민불신 해소 위한 혁신 경쟁 나서야
국회의원들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정치혐오를 부추기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그제 의원총회에서 혁신위원회 1호안인 불체포특권 포기 추인을 거부했다. “(혁신안을) 안 받으면 민주당은 망한다”(김은경 혁신위원장), “민주당의 변화를 바라는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조치”(박광온 원내대표)라는 읍소에도 꿈쩍하지 않았다. 오히려 전해철 의원은 “불체포특권은 헌법상 보장된 권리이고, 검찰권과 맞서 싸워야 하는 상황에서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변재일 의원은 “혁신위가 선출된 권력도 아닌데 따라야 하느냐”고 했다. 이재명 대표의 강성지지층인 소위 ‘개딸’들은 혁신위를 아예 ‘검새(검사를 비하한 표현) 프락치’라고 비판했다. 기가 찰 일이다.
출범 한 달을 맞은 혁신위가 자초했다는 비판이 크다. 김 위원장은 ‘개딸’의 강성 팬덤 원인을 놀이공간 부족으로 진단했다. 그 대안으로 강성 지지자들이 ‘아미’(BTS 팬클럽)가 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폭력적·배타적 행태로 질타를 받는 ‘개딸’을 선한 영향력으로 세상을 바꾸는‘아미’와 결부시킨 발상 자체가 놀랍다. 혁신위는 부동산 투기 의혹 등으로 물의를 빚은 김홍걸 의원을 민주당이 ‘꼼수 제명’했다가 슬그머니 복당시킨 것에 대해서도 침묵했다. 21일 내놓을 ‘꼼수탈당 방지책’ 등 2호 혁신안은 립서비스에 그칠 게 뻔하다.
당 지도부의 철저한 외면도 혁신위를 무력화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야당의 위기는 도덕적 해이와 팬덤정치, 그리고 수적 우위를 앞세운 방탄국회 탓이다. 지난달 19일 “국민 눈높이에 맞춰 필요한 모든 것을 바꾸겠다”던 이 대표의 국회 교섭단체대표 연설이 공허할 따름이다. 오죽하면 사법리스크에 빠져 있는 이 대표의 정치수명을 연장시키기 위한 부속기구라는 비아냥까지 나오겠는가. 이런 무능한 혁신위라면 하루빨리 간판을 내리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국민의힘도 한심하긴 마찬가지다. 실업급여제도 개선 공청회에서 “실업급여가 달콤한 시럽(syrup)급여가 됐다”, “실업급여로 샤넬을 산다”, ‘베짱이’ 등 막말을 쏟아냈다. 실업급여는 근로자가 고용보험을 통해 낸 돈이라는 점에서 무료가 아니다. 일부의 도덕적 해이를 바로잡자는 취지라지만 좋은 일자리를 찾지 못해 수급자로 전락한 청년·여성 구직자와 계약직 노동자를 폄훼하고 실업급여 취지를 부정하는 부적절한 어휘다. 이런 말 한마디가 그동안 힘들게 쌓아올린 실업급여 개혁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한순간에 무너뜨린다.
실업급여 제도 변경은 입법사안이다. 집권여당의 대표는 국정에 딴지를 거는 야당을 “마약에 도취됐다”고 비판한다. 야당의 반발을 불러놓고 협조를 구하겠다는 것 자체가 한심하기 짝이 없다. 야당의 괴담·선동정치에 맞서는 게 막말과 거친 입뿐인지 되묻고 싶다. 얼마 전 갤럽 여론조사에서 지지 정당을 정하지 못한 무당층이 30%에 달했다. 기득권 사수에 몰두하고 언품이 바닥인 거대 양당의 자업자득이다. 내년 총선에서 국민심판을 받지 않으려면 정치불신을 해소할 혁신과 정책 경쟁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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