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평가단 전문위원 43명 중 25명
4대강 반대 시민단체서 추천한 인사
선정 과정 배제 인사에 ‘N(노)’ 표기
지시 내린 김은경 前 환경 수사 의뢰
‘보 해체 후’ 아닌 ‘설치 전’ 자료 측정
불합리한 경제성 분석… ‘꼼수’ 정황
한화진 환경장관 “16개 보 모두 존치”
감사원이 20일 문재인정부의 금강·영산강 보 해체 결정 과정에 ‘4대강 사업 반대’ 시민단체가 비중 있게 관여했고, 이를 김은경 당시 환경부 장관이 지시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이날 공개한 ‘금강·영산강 보 해체와 상시 개방 관련 감사 보고서’에서 이같이 지적하고, 김 전 장관을 지난 1월 검찰에 수사 요청했다고 발표했다.
최종적으로 금강 세종보와 영산강 죽산보는 완전 해체, 금강 공주보는 부분 해체, 금강 백제보와 영산강 승촌보는 상시 개방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이날 “지난 정부 보 해체 결정은 성급하고 무책임했다”면서 4대강 16개보를 모두 존치하고 세종보와 공주보 운영을 정상화하겠다고 밝혔다.
◆보 해체, 4대강 반대 시민단체 관여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문 정부에서 보 처리방안을 결정한 4대강 조사·평가단 전문위원회의 43명 위원 중 25명(58.1%)이 4대강 사업에 반대한 시민단체 ‘4대강 재자연화 시민위원회’(재자연화위)의 추천 인사로 채워졌다. 전문위원 중에 선정되는 기획위원회 민간위원 8명도 모두 재자연화위가 추천한 인사들로 구성됐다. 재자연화위는 ‘반(反) 4대강 사업’ 181개 시민단체가 모여 발족한 단체다.
김 전 장관이 4대강 조사·평가단의 조직 등을 규정한 환경부 훈령 제정을 재자연화위와 협의하고 산하 위원회 구성에도 이 단체의 의견을 반영하도록 지휘했다는 게 감사원 판단이다.
전문위원회 구성 과정에서 담당 팀장이 위원 후보자 명단을 재자연화위에 유출하고, 재자연화위는 4대강 사업에 찬성·방조한 인사를 표시해 이들을 위원 선정에서 제외하라고 요청했다. 김 전 장관의 지시를 받은 B팀장은 169명 이상의 전문가 명단이 담긴 엑셀 파일을 이메일로 재자연화위에 유출했다. 재자연화위 측은 4대강 사업에 찬성한 인사 41명에 대해 ‘노(No·아니다)’를 뜻하는 ‘N’이라고 표기한 뒤 회신했다. 환경부는 특정된 인사들을 민간위원 선정에서 제외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렇게 구성된 평가단 기획위는 2019년 2월 세종보, 죽산보 완전 해체 등 보 처리 방안을 마련했고 환경부는 이를 그대로 국가물관리위원회에 제출했다. 물관리위는 2021년 1월 보 처리 방안을 최종 의결했다.
◆비용편익분석, 불합리한 척도에 근거
감사원은 문재인 정권 환경부가 국정과제 시한을 맞추기 위해 보 해체 등을 불합리한 척도에 근거해 결정했다고 밝혔다. ‘보 설치 전’ 측정 자료는 4대강 사업에 따른 변화가 반영되지 않아 ‘보 해체 후’를 예상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고도 대안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당시 환경부는 보 해체에 따른 비용편익(B/C) 분석을 했다. 이를 위해선 ‘보 해체 후’ 상태를 추정해야 했는데, 환경부는 ‘보 설치 전’과 ‘보 개방 후’ 측정 자료를 활용했다. 이는 보 주변 상태를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었지만, 환경부는 국정과제상 보 처리 방안 마련 시한(2019년 2월)을 맞춰야 한다는 이유로 부정확한 분석 방법을 밀어붙였다.
당시 내부 회의록에 따르면 한 민간 위원이 “우리 반대편의 전문가(4대강 찬성론자)가 볼 때는 웬 무식한 얘기를 이렇게 하냐고 생각할 것”이라며 우려했다. 이에 다른 위원은 “우리가 보 설치 이전의 수치를 쓰는 것이 아무 생각 없는 국민이 딱 들었을 땐 그게 말이 되네, 라고 생각할 것 같다”고 했다.
감사원이 밝힌 문재인정부의 4대강 보 해체 결정 과정은 청와대가 정한 기조에 환경부가 신속히 부응하려는 과정에서 ‘조작’과 ‘꼼수’를 동원한 정황을 보여 준다. 당시 청와대가 환경부를 재촉한 정황과 관련, 감사원은 “부당한 압박이 자료로 확인된 건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환경부는 이날 전 정부 때 내려진 금강·영산강 보 해체·상시개방 결정에 대해 국가물관리위원회에 재심의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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