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림동서 숨진 22살 동생, 싼 원룸 구한다며 부동산 갔다가…” 사촌형의 절규

피해자 유족 “제 사촌동생이 하늘에서라도 억울하지 않게 국민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21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흉기난동 사건의 피의자 조모(33)씨가 도주하는 장면이 담긴 골목 폐쇄회로(CC)TV 영상. 뉴스1

지난 21일 ‘신림동 흉기난동(칼부림) 사건’으로 사망한 남성 A(22)씨는 고교 3학년 때 암 투병 중이던 모친이 세상을 일찍 떠나고 당시 중학생이었던 동생을 돌보며 서울에 있는 대학에 진학한 건실한 청년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 당일 그는 ‘싼 원룸’을 알아보겠다며 신림동에 있는 부동산에 방문했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한다.

A씨의 사촌형이라고 밝힌 김모씨는 지난 23일 국회 국민동의 청원 홈페이지에 가해자를 ‘사형’에 처해달라는 내용의 글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

이 글에서 김씨는 “동생은 일면식도 없는 피의자로부터 13회 흉기에 찔렸다. 목과 얼굴, 팔 등이 흉기에 관통됐다”면서 “동생은 심폐소생술(CPR)조차 받지 못하고 만 22살의 나이에 하늘의 별이 됐다. 제 사촌동생이 하늘에서라도 억울하지 않게 국민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청원을 올리게 된 이유를 밝혔다.

이어 “유일한 버팀목이였던 형마저 잃은 고인의 어린 동생은 부모님도 없이 홀로 형을 떠나보냈다”면서 “고인의 동생은 어떻게 살아야할지 모르겠다며 피의자를 절대 세상 밖으로 내보내지 말아 달라고 한다”고 전했다.

피해자는 사건 당일 신림동에 원룸을 구하기 위해 홀로 부동산을 방문했다가 다른 부동산에 전화하려고 나오던 중 가해자와 마주쳐 변을 당했다.

김씨는 “고인 생활 반경이 신림동이 아니기에 사실을 믿지 못한 저는 직접 시신을 확인했다”면서 “얼굴부터 발끝까지 온몸에 남겨진 칼자국과 상처를 보고 마음이 무너졌다”고 했다.

그는 “고인은 정말 착하고 어른스러웠다. 고인의 어머니는 암 투병 끝에 가족의 곁을 먼저 떠났다”며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당시 고인은 수능 3일을 앞둔 고등학교 3학년이었다. 이 상황에도 고인은 어머니 빈소를 끝까지 지키며 중학생인 남동생을 위로했다”고 전했다.

이어 “잠도 못 자고 수능을 치르며 서울에 있는 꿈꾸던 대학에 합격했고 학생회장까지 당선된 모범생이었다”며 “아버지 사업이 어렵게 되자 대학교 입학 때부터 과외를 하며 학비와 생활비를 벌었고 최근에는 아르바이트까지 하며 동생을 챙겼다. 신림동에 간 이유도 생활비를 덜기 위해 저렴한 원룸을 알아보기 위해 부동산에 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씨는 “피의자는 남들도 불행하기를 바라 살인을 저질렀다며 반성하고 있다고 말한다”며 “유족들은 갱생을 가장한 피의자가 반성하지도 않는 반성문을 쓰며 감형을 받고 또 사회에 나올까봐 두려움에 떨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이미 다수 범죄 전력이 있는 33살 피의자에게 교화되고 개선될 여지가 있다며 기회를 또 주지 않도록 여러분의 관심이 필요하다”면서 “고인은 불행한 일을 겪으면서도 어떻게든 살아보겠다며 항상 긍정적으로 살아온 인물이다. 악마 같은 피의자는 이런 착하고 불쌍한 제 동생을 처음 눈에 띄었다는 이유로 무참히 죽였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족들은 살인으로 가족을 잃은 만큼의 죄를 묻고 싶지만 그런 형벌조차 없는 현실이 더 화가 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이 사건이 한낱 흘러가는 단순 ‘묻지마 사건’으로 묻히지 않도록, 가장 엄중한 벌인 ‘사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다시는 저런 악마가 사회에 나오지 않도록 국민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부탁 드린다”고 거듭 호소했다.

‘신림동 흉기난동 사건’의 피의자 청구된 조모(33)씨는 지난 23일 구속됐다. 그는 지난 21일 오후 2시7분 지하철 2호선 신림역 4번 출구에서 80여ｍ 떨어진 상가 골목 초입에서 20대 남성을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한 뒤 30대 남성 3명에게 잇따라 흉기를 휘두른 혐의(살인·살인미수)를 받는다. 

현화영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