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프랑스를 향해 자국과 유럽연합(EU)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해 달라는 요청과 함께 과학기술 분야 협력 강화를 제안했다. 중국 대표적인 대외 확장 전략인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포럼에 유럽 국가들이 참석을 꺼리는 등 중국과 거리두기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30일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허리펑(何立峰) 중국 부총리는 전날 베이징 댜오위타이에서 열린 제9차 중국·프랑스 경제·금융대화에서 브루노 르메르 프랑스 경제장관에게 “프랑스가 중국과 EU의 우호 협력 분위기를 안정시키길 희망한다”며 “중국이 공정한 시장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전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허 부총리의 발언도 미국과의 전략 경쟁 속에서 EU를 적으로 돌리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이다. 중국은 신장위구르 인권 문제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EU와 관계가 벌어지자 최대 무역 파트너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붙잡기에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유럽 국가들이 중국과 거리두기에 나서는 모습이 확연해지고 있다.
오는 10월 예정인 중국의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 포럼에 유럽 지도자들 대부분이 참석을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올라프 숄츠독일 총리를 비롯해 주요 7개국(G7) 중 유일하게 일대일로에 가입한 이탈리아의 조르자 멜로니 총리도 참석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탈리아는 2019년 주세페 콘테 총리 시절 일대일로 참여를 공식화했지만, 최근 미·중 간 갈등과 대립이 고조되면서 사업 탈퇴를 고민하고 있다. 2018년 일대일로에 가입한 그리스는 총리의 포럼 불참을 이미 중국에 통보했고, 2015년에 가입한 체코도 대통령이나 고위 관료가 참석하진 않기로 입장을 정했다. 정치적 중립국으로 일대일로 포럼에 참석해왔던 스위스도 올해는 참가 여부를 검토중이라는 입장이다.
일대일로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집권 초반인 2013년 8월 ‘대국굴기’를 현실화하기 위해 발표한 글로벌 프로젝트다.
WSJ는 “유럽 지도자들은 유럽 내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을 줄이기 위해 상당수가 이 프로젝트와 거리를 두고 있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일대일로 포럼에 참석하겠다고 크렘린궁이 밝힌 상황이라 유럽 국가들이 더 참석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지적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