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무성했던 북한과 러시아 간 무기 밀거래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북한산 무기로 러시아를 공격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 무기는 122㎜ 다연장 로켓탄인데 ‘방-122’가 새겨진 사진까지 공개됐다. 북한산 로켓은 선박을 통해 이동하다 우크라이나 우방국이 러시아군에 전달되기 전 압수했다고 한다. 빙산의 일각일 것이다.
미국은 북한이 이미 20여종의 무기를 러시아에 건넨 것으로 본다. 백악관은 지난해 9월 러시아가 북한에서 로켓 수백만 발을 사들였다고 밝혔고 올 1월 북한이 러시아 용병집단 바그너 그룹에 철도로 무기를 거래하는 정황이 담긴 위성사진도 공개했다. 북한의 무기 거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와 국제법을 위반한 것인데 국제사회의 엄정한 대응이 필요하다. 북한의 무기 거래는 명분 없는 전쟁을 더 장기화하고 전쟁범죄에 가담하는 행위나 다름없다. 국방부도 어제 불법 무기 거래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북한과 러시아는 무기 거래 의혹을 부인해 왔는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이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지난 27일 이른바 ‘전승절(정전협정일)’ 70주년을 맞아 2박3일간 방북해 무기전시회를 둘러보고 열병식도 참관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필요한 무기를 확보하기 위한 것”(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 말고 달리 해석할 길이 없다. 러시아 현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장거리 자주포와 기관총, 전차포탄약 등 북한산 무기 구매 목록까지 나돈다. 122㎜ 다연장 로켓탄과 마찬가지로 대부분 1980∼1990년대 제조된 고물 무기인데 실탄과 무기 부족에 허덕이는 러시아의 다급한 처지를 보여준다. 북한은 “러시아 군대와 인민과 언제나 한 전호에 서 있을 것”(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1월)이라며 수시로 러시아 침략 전쟁에 노골적인 지지와 연대를 표명해 왔다.
북한은 무기 지원 대가로 러시아로부터 식량과 에너지뿐 아니라 핵탄두 소형화 등 첨단무기 기술과 노하우까지 전수받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쇼이구 장관을 만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성능에 대해 직접 설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러시아와의 군사 협력이 확대될수록 북한의 도발 강도는 더 세질 공산이 크다. 정부는 한·미동맹과 한·미·일 공조 강화를 통해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무력화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확장억제력을 서둘러 구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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