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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되게 일찍 주무시네요…카톡 읽고 왜 답 안하세요” 주말 밤낮 계속되는 학부모 연락

입력 : 2023-08-01 09:57:08 수정 : 2023-08-01 09:5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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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계 관계자 “이전부터 존재한 문제가 한 새내기 교사의 극단 선택이 있고 나서야 관심 갖는 모양새”라고 지적
2016년 국내 연구진이 초등교사 8명을 심층 인터뷰해 발표한 논문, 현 사태와 다르지 않은 내용 실려
서울 강남서초교육지원청에 마련된 서울 서초구 모 초등학교 교사의 분향소를 찾은 시민이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모 초등학교 교사의 극단 선택으로 학부모 악성 민원이 도마에 올랐다. 교육계 관계자는 이전부터 존재했던 문제가 한 새내기 교사의 극단 선택이 있고서야 관심을 갖는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그 근거로 28일 교육계 관계자는 지난 2016년 국내 연구진(이윤주 서울홍파초 교사와 김갑성 한국교원대 교수)의 논문을 언급했다.

 

논문은 연구진이 초등교사 8명을 심층 인터뷰하여 ‘학부모와의 휴대전화 의사소통으로 인한 초등교사 스트레스에 관한 사례 연구’로, 2017년 한국교원교육연구 학술지에 실렸으며 KCI(한국 학술지 인용 색인)에도 등재됐다.

 

논문에 따르면, 교사들은 ‘시도 때도 없이 너무 쉽게 연락이 가능한 점이 가장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인터뷰 당시 12년차 교사 A씨는 “아침, 저녁, 밤, 주말 시간대를 가리지 않는 학부모들이 있다”며 “극히 일부이긴 하지만 새벽에 전화 온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9년째 담임을 맡아 온 B씨는 “아이 재우다 지쳐 잠들었는데, 학부모에게 전화가 와 다급하게 받았더니 별 내용도 아니었다. 학부모는 ‘호호호. 선생님 되게 일찍 주무시네요? 제가 깨웠죠?’ 이러면서 웃는데 화가 치밀어 올랐다”고 증언했다.

 

인터뷰에 응한 8명 중 2명은 밤낮 가리지 않는 학부모의 연락 때문에 스트레스를 겪으면서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특히, 학부모보다 나이가 어리거나 연차가 낮은 교사일수록 대응이 쉽지 않아 스트레스의 정도는 더 심했다.

 

16년차 교사 E씨는 연락 응답의 기준을 세워 작은 수준의 스트레스만 받고 있었지만, 5년차 교사인 C씨는 매일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뭔가 문제가 될 때마다 ‘선생님이 그렇게 안 해주셔서 이렇게 됐잖아요’라는 식의 말을 듣다보니 다 제 잘못인 것처럼 느껴진다”며 자신에게 화살을 돌렸다.

 

연구진은 “교사가 학부모에게 개인의 휴대전화 번호를 노출하지 않아도 되도록 법적·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며 “이와 더불어 교사의 근무 외 시간에 학생에게 발생할 수 있는 비상사태에 대한 대비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연락하지 말아야 할 시간에 대한 학부모들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며 정부 차원에서 업무용 휴대폰을 지급하는 방안도 있다”고 제시했다.

 

실제, 일부 교사는 자신의 비용을 들여 ‘업무용 휴대전화’를 따로 마련하거나 한 휴대전화에 두 전화번호를 사용하는 ‘투넘버 서비스’에 가입하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었다.

지난 26일 대전 서구 둔산동 대전 시청 북문 앞 보라매공원에서 서울 서초구 모 초등교사의 죽음을 기리는 추모제에 명복을 비는 문구가 적혀있다. 뉴시스

 

전화 연락에 더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도 당시 언급됐다.

 

교사의 개인 연락처가 학부모에게 당연하게 공유되는 탓에 SNS 이용에도 상당한 제한이 있던 것.

 

교사의 연락처로 각종 SNS에 연동시켜 ‘친구 추가’를 하고, 학부모가 교사의 SNS 프로필이나 활동 내용을 쉽게 접속할 수 있었다. 심한 경우 ‘검열’까지 하며 참견하기도 했다.

 

인터뷰 당시 5년차 교사인 C씨는 교장·교감으로부터 “학부모들이 다 보고 있으니 카카오톡에 개인적인 프로필 사진이나 ‘힘들다’는 식의 상태메시지를 일절 쓰지 말라”는 당부를 들었다고 이야기했다.

 

연구진은 “교사들은 피로나 짜증을 느끼고 일상생활에 방해를 받는다고 생각되면서도 학부모의 연락에 성실하게 응답하게 된다”며 “(학부모가) ‘(메신저) 읽었는데 왜 답이 없느냐’는 독촉을 받으면 교사의 그 스트레스는 더욱 증가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 “직접적인 강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교사들은 자기검열 과정을 통해 SNS 상에서 자기표현을 제약하며 살 수밖에 없는데 이것은 (교육계와 사회가) 한번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26일 초등교사 16명과 교권보호 간담회를 마친 뒤 학부모 악성 민원에 대해 “근원적으로 학부모 교육도 많이 강화돼야 한다”며 “교사들을 제대로 보호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학교 민원 대응 시스템 개선 등을 포함한 교권보호 종합대책을 이달 말 발표할 예정이다.


정경인 온라인 뉴스 기자 jinori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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