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잇따라 편향적인 결정을 해 도마에 올랐다. 북한군에 의해 2020년 피살된 이대준씨의 친형 래진씨 등 유족들이 “주철현,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인권침해를 당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제기한 진정이 각하됐다. 문재인정부 당시 ‘귀순 어민 강제 북송’ 사건의 적절성 여부를 조사해 달라는 진정도 또다시 각하됐다.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조치다. 국내 인권문제에는 과도할 정도로 관심을 쏟으면서 북한 관련 문제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지는 인권위의 이중적 태도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이씨는 주 의원이 지난해 10월 국회 농수산위 국정감사에서 “공무원이 근무시간 중 도망쳐 나와 딴 데서 뻘짓거리하다가 사고당해 죽은 것도 똑같이 공상 처리하자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발언한 것을 문제삼았다. 비슷한 시점에 기 의원이 법사위 국감에서 “사람 한 분이 북한의 군에 의해서 그렇게 무참하게 피해를 당한 것인데, 그래서 저기에 최고 존엄인가 하는 사람이 공식적인 사과까지 한 사안”이라고 한 것도 진정에 포함됐다. “절대 묵인할 수 없는 인격 모독과 명예 살인”이란 이씨의 항변은 지극히 상식적이다. 하지만 인권위는 “고인·유족의 인권이 침해당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스스로 존립 근거를 부정하는 정치적, 반인권적 결정이 아닌가.
인권위는 지난 6월 말 송두환 위원장 등 위원 10명이 참석해 전원위원회를 열고 강제 북송 진정 사건을 논의한 결과 찬성 6명, 반대 4명으로 각하했다. ‘수사와 재판이 이뤄지고 있거나 종결된 경우라면 (진정을) 각하한다’는 인권위법을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유무죄를 가리는 법원과 달리 인권 침해 여부 판단은 인권위의 고유 업무다. 강제 북송되는 어민들이 판문점에서 격렬하게 저항하는 영상까지 공개된 상황에서 인권위가 조사를 기피하는 건 직무유기 아닌가. 애초부터 강제 북송 적절성 조사에 대한 의지가 없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인권위는 정치적으로 철저히 중립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보편적 기준으로 인권침해 여부를 판단해야 옳다. 인권위가 이념과 정파성에 치우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현 인권위원 11명 중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명한 위원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고, 송 위원장도 문 전 대통령이 임명했다. ‘좌측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지적이 적지 않다. 인권위는 더 이상 ‘정파성 집단’이란 비판을 듣지 않도록 성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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