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등 금융권에서 횡령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BNK경남은행에서 562억원에 달하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횡령사고가 적발돼 검찰과 금융당국이 정밀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번 사건을 포함해 올해 들어 7월까지 금융사 임직원의 횡령사건은 11개사 33건에 597억7300만원 규모다. 이는 우리은행 직원의 697억원 횡령으로 역대 최대 규모(1100억원)를 기록했던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액수다. 금융당국은 우리은행 횡령사고 이후 강력한 내부통제를 다짐했지만 바뀐 것은 없다. 여전히 내부통제는 허술하고 금융감독도 겉돌고 있는 것이다.
경남은행 횡령사건은 허울뿐인 내부통제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준다. 투자금융 기획부장 이모씨는 2016년부터 PF 대출 상환금을 가족계좌로 이체하거나 시행사 자금인출 요청서를 위조하는 수법으로 수백억원을 빼돌렸는데 은행은 까맣게 몰랐다고 한다. 검찰이 지난 4월 이씨의 금융거래 정보조회를 요청하자 은행은 그제야 눈치를 챘다. 더욱이 은행은 자체 조사 결과 횡령액이 77억원 정도로 드러났다고 밝혔지만 금감원의 현장점검에서 500억원의 횡령액이 추가로 적발됐다. 내부통제 시스템이 아예 마비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누가 이런 은행을 믿고 돈을 맡길 수 있겠나.
금융당국의 책임도 가볍지 않다. 금감원이 은행권의 PF 대출관리 실태를 긴급 점검하겠다고 했지만 뒷북 대응이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동일직무 2년 이상 장기 근무자의 경우 강제휴가나 순환근무를 하는 대책을 내놓았지만 현장은 딴판이다. 경남은행 이씨의 경우 무려 15년이나 같은 업무를 했다. 당국의 철저한 조사와 처벌이 이어져야 하지만 실효성 있는 재발방지책도 서둘러 마련돼야 한다.
툭하면 터지는 횡령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금융사 스스로 뼈를 깎는 반성과 노력으로 자정기능을 강화하는 게 급선무다. 임직원들이 기본적인 내부통제 규정조차 지키지 않는 상황에선 사건 재발을 막을 길이 없다. 법원의 강력한 처벌도 필요하다. 사고 금액이 날로 커지는데도 양형 시 참작하는 횡령액 기준은 300억원이 최대이다 보니 처벌이 솜방망이 수준에 그치기 일쑤다. 그나마 횡령액 변제 시 대부분 집행유예의 관대한 형량이 부과된 탓에 유사 범죄가 꼬리를 문다. 선진국들은 대부분 횡령을 중대 범죄로 보고 배상명령과 함께 벌금형을 추가하고 있다. 양형기준을 합리적으로 개선하는 일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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