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적 범죄자’ 낙인은 안 되지만
사회 방치 약 42만명 대책 있어야
최근 잇단 ‘묻지마 칼부림’ 사건으로 중증 정신질환자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지난 3일 경기 분당 서현역에서 차량을 몰아 인도로 돌진하고 불특정 다수에게 흉기를 무차별로 휘두른 최모(22)씨는 2015년부터 5년간 정신과 치료를 받다가 3년 전부터 중단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튿날 대전의 한 고교에 들어가 교사를 흉기로 찌른 20대 남성은 2021년 조현병과 우울증 진단을 받았으나 치료를 받지 않았다고 한다. 중증 정신질환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찍어서는 안 되겠지만 체계적인 관리 필요성은 부인할 수 없다.
2000년대 초반부터 ‘은둔형 외톨이’와 묻지마 범죄로 인한 문제를 경험한 일본의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일본에서는 ‘길거리악마’라는 뜻에서 ‘도리마(通り魔) 살인’으로 부른다. 2008년 6월 20대가 한낮에 2톤 트럭을 몰고 거리를 질주해 보행자를 친 뒤 내려 행인에게 칼을 휘둘러 7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친 ‘아키하바라 사건’이 대표적이다. 일본은 20년 전부터 무차별 살상 사건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고독과 고립 대책 담당부서를 세우는 등 대응해 오고 있다.
정부가 얼마 전 관계부처 합동의 정신질환 관련 TF를 구성하기로 한 건 다행스러운 일이다. 지난 4일 보건복지부는 일련의 묻지마 폭력·살인으로 인한 국민 불안 최소화와 재발 방지를 위해 TF를 구성해 제도개선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국민 전반의 정신건강을 높이는 방안이 중심이 되겠지만 정신질환자 관리와 치료, 병상 확보 등에 대한 종합대책이 마련되기를 기대해 본다.
국내에는 조현병과 재발성 우울증 등 중증 정신질환 환자가 50만명 정도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중 7만7000명 정도가 정신의료기관과 정신요양시설에서 입원 치료와 정신요양 서비스를 받고 있다. 약 42만명은 치료나 도움을 받지 못한 채 지역사회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정신질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갖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중증 정신질환자만큼은 전문가 자문과 사법기관 판단으로 입원을 시키는 사법입원제 도입을 적극 검토할 때가 됐다.
날로 높아지는 인권보호 목소리 속에서 유명무실해진 치료감호시스템을 강화할 필요도 있다. 교정시설 내 정신질환 수용자는 매년 급증하는데 치료감호 사례는 줄고 있다. 2021년 검찰이 치료감호를 청구한 사례는 78건뿐이라고 한다. 재범 가능성이 높은 정신질환자를 사회로 그대로 내보내는 건 당사자에게도 불행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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