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국민 평형으로 불리는 전용 84㎡(34평) 기준 분양가 10억원 미만의 아파트가 자취를 감췄다. 원자잿값과 인건비 인상에 맞물려 급등한 분양가가 '철근누락 사태'를 기점으로 더 가파르게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8일 뉴스1과 업계에 따르면 오는 16일 1순위 청약 접수를 앞둔 동대문구 이문1구역 재개발 아파트 '래미안 라그란데'의 전용 84㎡ 분양가는 10억원대로 책정됐다.
3.3㎡당 분양가는 평균 3285만원으로, 앞서 분양한 서울의 신축 아파트와 비해 합리적인 가격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달 초 분양한 광진구 구의역 롯데캐슬 이스트폴의 국평 분양가는 13억~14억원 수준이었다. 3.3㎡당 평균 분양가는 4050만원으로 비강남권임에도 4000만원을 넘어섰다.
그런데도 전용 74㎡에 1만3644명이 몰리며 무려 244대 1의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고 84㎡도 최고 115.4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달 말 분양한 용산 호반써밋에이디션의 전용 84㎡ 분양가도 16억원으로 평당 4500만원 수준이지만 1순위 평균 162.69대 1로 청약 과열 현상이 뚜렷해졌다.
서울뿐만 아니라 경기도 용인·광명에서도 전용 84㎡ 분양가가 12억원대로 고분양가 논란이 일었지만, 완판 대열에 합류하기도 했다.
이에 서울에서 분양가 10억원 미만의 새 아파트를 찾는 일은 갈수록 어려워질 전망이다.
서울 민간아파트의 3.3㎡당 평균 분양가격은 3200만원 수준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발표한 '6월 말 기준 민간 아파트 분양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민간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3.3㎡당 3192만7500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아파트 분양가는 올해 들어 3000만원을 넘은 뒤 상승률이 5월 1.38%, 6월 2.77%로 널뛰고 있다.
전문가들은 원자잿값과 인건비 인상과 더불어 '철근누락 사태'를 계기로 향후 분양가가 더 빠른 속도로 오를 것으로 분석한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6일 "건설 이권 카르텔을 제거하고, 이 같은 일이 다시 벌어지지 않도록 대책을 철저히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추진한 '모든 공정 동영상 촬영 의무화'도 안전 강화 측면에서는 높이 평가하지만,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인건비 증가 요인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윤지해 부동산R114 팀장은 "철근누락 사태를 계기로 설계-시공-감리의 시스템 보완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며 "이에 따라 공사 기간이 늘어나고 금융·물류 비용도 증가함에 따라 1~2년 뒤에 결국 비용으로 연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팀장은 "올해 1월부터 분양가 상한제가 서울 강남3구와 용산으로 국한되면서 민간은 자율화된 시장에서 분양가를 주변 시세와 맞추려고 할 것"이라며 "서울에 저렴하게 분양할 수 있는 공공택지가 사실상 없으므로 한동안 분양가 하락 요인을 찾기 힘든 상황이다"고 덧붙였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철근누락 사태로 '안전' 문제가 대두되면서 공급자가 선제적으로 공정기간, 자재비 등 관리를 강화하게 될 것"이라며 "이에 따라 인건비가 오르고, 금융비용도 기준금리 인하로 위험이 분산되지 않는 한 여전히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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