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강서구 후보 내면 알 것”
구청장 보선 무공천案 정면 비판
내년 총선을 8개월 앞두고 국민의힘 내에서 고조되고 있는 ‘수도권 위기론’이 당 지도부와 비주류의 힘겨루기 싸움으로 비화하고 있다. 지난 전당대회 때 당권에서 멀어진 이들이 수도권 위기론을 내세우며 당 지도부를 비판하자, 지도부가 ‘리더십 흔들기’라며 맞대응하면서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는 10일 페이스북에서 “수도권에서 그렇게 위기가 아니라면 말 복잡하게 할 것 없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후보 내고 성적을 받아 보면 될 것 아닌가”라며 “선거까지 몇 달 안 남았는데 어려운 상황에서 안 어려운 척하는 건 그냥 무책임한 시간 끌기”라고 했다. 오는 10월11일에 치러지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는 내년 총선의 수도권 판세를 가늠할 수 있는 전초전으로 여겨진다. 국민의힘은 자당 소속 김태우 전 구청장이 보선의 원인을 제공한 만큼 무공천 방침을 고민 중인데, 이 전 대표가 당 지도부의 수도권 역량을 시험해 보자며 비꼰 것이다.
윤상현 의원은 전날 “집권당의 현주소는 당 지도부의 책임이 크다”며 “8개월 남짓한 총선에서 수도권 위기론은 현실”이라고 지도부에 쓴소리를 했다. 안철수 의원은 수도권 인물난이 심각하다면서 “제가 지금까지 경험해 보면 (인재 영입에) 3개월에서 6개월 정도 걸린다”며 “(당에서) 당장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수도권 위기의 원인을 당 지도부에 묻는 건 ‘리더십 흔들기’라고 보는 분위기다. 젊은 세대와 호남 출신이 많은 수도권은 보수 정당의 전통적인 험지였다는 것이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수도권 위기론은 20년도 더 된 이야기”라며 “그래서 지도부가 외연 확장을 위해 청년 정책 발표하고 인재 영입 작업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게 반영돼 당 지지율이 조금씩 올라가고 있는데 왜 지도부 도와줄 생각은 안 하고 비판만 하고 있느냐”고 비판했다.
이양수 원내수석부대표도 SBS라디오에서 “몇몇 지도부가 노력하면 될 것처럼, 인물만 잘 고르면 될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다소 부분적인 시각”이라며 “지도부와 같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지 지도부에 책임을 뒤집어씌우고 흔드는 것은 바람직한 태도는 아니다”라고 했다.
국민의힘이 선전 중인 당 지지율 여론조사와 달리 내년 총선은 ‘정권 심판’ 구도로 치러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수도권 위기론은 한층 고조되고 있다. 전날 발표된 연합뉴스·메트릭스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지지율은 서울에서 각각 35.1%, 28.2%, 인천·경기에서 36.5%, 31.3%로 집계됐다.
그러나 내년 총선 인식을 묻는 조사에선 두 지역 모두 ‘정권견제론’(야당이 다수당이 돼야 한다)이 ‘정권안정론’(여당이 다수당이 돼야 한다)을 상회하는 결과가 나타났다. 서울에선 정권안정론과 정권견제론이 각각 41%, 45.7%였고 인천·경기에선 각각 37.4%, 46.8%였다. 한 수도권 의원은 이에 대해 “지금 무당층은 민주당도 싫지만 국민의힘은 더 싫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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