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 무책임·여가부 미숙한 대응
감사와 수사로 엄중히 책임 물어야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23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가 11일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폐영식과 K팝 콘서트를 마지막으로 12일간의 여정을 끝냈다.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남긴 대회였다. 당초 새만금을 대회 장소로 지정한 데서부터 파행은 예견된 일이다. 간척지인 새만금은 애초 영농 목적이어서 배수가 안 되고, 나무가 생존하기 어려워 그늘도 없다. 그런데도 전북 지역 정치인들은 새만금 개발을 위해 잼버리 유치가 필요하다고 밀어붙였다.
2017년 새만금이 최종 개최지로 선정된 이후 6년을 허송세월한 건 따져 봐야 한다. 야영장 선정과 조성 책임은 문재인정부 몫이다. 문 전 대통령은 어제 페이스북에 “실망이 컸을 국민들, 전 세계의 스카우트 대원들, 전북도민들과 후원 기업들에게 대회 유치 당시의 대통령으로서 사과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현 정부 책임도 작지 않다. 폭염 대비에 소홀해 온열환자가 속출했다. 부족한 식수와 불결한 화장실 등 위생·보건 문제까지 불거졌다.
정부가 예비비 69억원을 긴급 지출해 냉장·냉동탑차 등을 공급하고 나섰지만 영국, 미국, 싱가포르가 조기 퇴영을 결정한 뒤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태풍 ‘카눈’이 상륙하며 153개국 대원 3만6000여명이 8개 시도로 분산 대피했다. 지난 9일부터 사흘간 쏟아진 94㎜ 폭우에 새만금 야영장이 물바다로 변한 걸 보면 모골이 송연할 정도다. ‘준비 부족’ ‘공금 횡령 의혹’ 등 외신들의 지적에 낯이 뜨겁다. 컨트롤타워 부재와 탁상행정 등 국가시스템의 총체적 난맥상이 빚은 참사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조직위의 예산 집행과 전북도의 무책임, 주무 부처인 여성가족부의 미숙한 대응까지 겹쳐 잼버리가 ‘생존게임’으로 전락했다. 정치권은 사태 해결은커녕 ‘네 탓 공방’만 벌였다.
뒤늦은 정부·기업의 지원으로 최악의 위기를 면했지만 철저한 조사와 책임 규명이 뒤따라야 한다. 감사원이 이르면 이번 주부터 조직위와 전북도, 여가부, 행정안전부 등에 대한 감사에 나선다. 전북도가 잼버리 유치를 2조원의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추진과 지역 예산 확보 수단으로 활용한 의혹도 감사 대상이다. 검찰 수사로 책임 소재를 명확히 가릴 필요가 있다. 2025년 우리나라에서 40개국 2만명이 참여하는 아·태 잼버리가 열린다. 2027년에는 세계 가톨릭 청년 70만∼100만명이 참석하는 세계청년대회가 서울에서 개최된다. 또다시 새만금의 악몽을 되풀이해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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