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 사러 마트 갔다가 ‘헉’ 했어요”
공급량 줄어들어 추석까지 더 오를 듯
서울에 사는 자취생 박모(33)씨는 지난 15일 과일을 살 겸 동네 마트에 들렀다 가격표를 보고 경악했다. 수박 1통에 2만~2만5000원 정도를 생각했는데 4만3000원에 판매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박씨는 “3만원대도 아니고 4만원이 넘는 수박을 보고 눈을 의심했다”며 “올 여름 제대로 수박을 먹어본 적이 없는데 4만원 넘는 돈을 주고 수박을 살 자신은 없다”고 했다.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직장인 이모(29)씨도 최근 청과시장을 찾았다 발걸음을 돌렸다. 평소 1만~2만원 사이에 저렴하게 수박을 사던 곳이라 그 가격을 기대했지만 가격이 훌쩍 뛰었기 때문이다. 미니 수박이 1만8000원이었고, 평균 크기의 수박은 2만원을 훌쩍 넘었다. 상인은 저렴한 수박을 찾는 이씨에게 “태풍이 오고 난 뒤 수박 가격이 확 뛰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씨는 “수박이 저렴해 조금 거리가 있어도 일부러 찾아왔던 곳인데 메리트가 사라졌다”고 푸념했다.
수박을 포함한 과일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원래도 과일 가격이 다른 나라에 비해 비싼 편이었는데 태풍 등 자연재해가 겹치며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 엄두가 안 날 정도로 가격이 올랐다. 맘카페 등엔 “과일값이 너무 비싸다”는 푸념이 쏟아지고 있다. 과일 수요가 증가하는 추석이 되면 과일값이 더욱 치솟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6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대부분의 과일가격이 평년에 비해 훌쩍 뛰었다. 우선 수박 도매가격은 1통에 3만1360원으로 한 달 전(1만8480원)보다 41%나 올랐다. 지난해(2만4795원)와 비교해도 20%가량 높은 가격이다.
사과도 10㎏ 도매가격이 지난 10일 기준 8만6225원으로 평년(4만5156원)보다 90.9% 비싸다. 복숭아 역시 4㎏ 도매가가 평년엔 2만573원이었지만 지난 14일 기준 3만1960원이다. 평년보다 55.3% 오른 셈이다. 바나나와 파인애플, 체리 등도 평년보다 가격이 훌쩍 상승했다.
과일 가격이 치솟으면서 서민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한 맘카페엔 “과일값이 너무 비싸다”며 “수박을 사러 갔다가 가격을 보고 ‘헉’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글의 댓글엔 “저희 동네 수박은 4만5000원”이라거나 “샤인머스캣 2송이에 2만원 넘게 주고 사왔다” 등 비싼 과일값에 푸념하는 댓글이 연이어 달렸다.
올해 과일가격이 오른 건 폭염에 장마가 겹치면서 열매가 여물기 전 낙과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6호 태풍 카눈이 한반도에 직접 상륙해 많은 비를 뿌린 만큼 과일 공급량이 급감할 수 있어서다. 줄어든 공급량이 다음 달 추석 명절 즈음의 과일 수요 증가와 맞물리면 가격이 어디까지 상승할지 가늠하기 어렵다. 일각에선 “추석 즈음 되면 사과 한 알 사기가 부담스러울 수준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포도를 제외한 과일 공급량이 전년보다 줄어들면서 사과와 배, 복숭아 등의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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