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인 국민의힘이 총선을 8개월 앞두고 '수도권 위기론'으로 어수선하다.
당내에서 지난 21대 총선 수도권 '참패'의 트라우마가 종종 거론된다. 당시 수도권 121석 가운데 16석만 가져온 최악의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인 셈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4선의 윤상현 의원(인천), 3선 안철수 의원(분당) 등이 수도권 위기론의 진원지로 지목됐다.
특히 윤 의원은 위기 원인으로 영남권·강원권 일색의 당 지도부 책임론까지 공개적으로 제기했다.
이에 친윤(친윤석열)계 핵심인 이철규 사무총장이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강력한 경고음을 발신한 것을 계기로 위기론 실체에 대한 당내 관심도 역시 높아지고 있다.
당 내부에서는 주류, 비주류를 가리지 않고 수도권 선거가 결코 쉽지 않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 이번 총선 결과가 윤석열 정부 성패를 좌우한다는 대전제에도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당 지도부 등 주류 내부의 인식은 위기론을 거론하는 의원들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당 지도부는 '서울 박빙 우세, 경기·인천 박빙 열세'를 진단하면서 수도권 위기론의 실체가 없으며, 오히려 '해볼 만한 선거'라고 보고 있다.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의 자체 조사는 물론이거니와 최근 공개된 여론조사 결과 등을 근거로 든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4∼16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천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표본 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100% 전화 가상번호를 이용한 전화 면접 방식. 응답률 17.2%)에 따르면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은 서울에서 각각 32%·21%, 인천·경기에서 각각 33%·23%로 나타났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도가 완만하게나마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는 점과 정치색이 뚜렷하지 않고 실리 추구 성향이 있는 2030 세대가 대체로 무당층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수도권 지지율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
수도권을 지역구로 둔 한 의원은 20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위기론보다 오히려 기회론을 더 얘기하고 싶다"며 "위기라는 인식을 가지고 더 낮은 자세로 가야 하는 것은 맞지만, 비관적으로 볼 것은 아니다. 수도권 위기론은 과잉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위기론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이같은 여론조사 결과는 '반사이익'에 따른 측면이 강하다고 반박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나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 등과 같은 '외생 변수'로 인한 착시 현상이라는 얘기다.
여기에 당이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한 채 용산 대통령실에 끌려다니는 바람에 민심을 읽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수도권 지역구 의원은 "중도층을 잡으려는 정책을 보여야 하는데 당이 용산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면서 "지도부는 자기 지역이 아니니 전혀 감이 없고 위기감도 없고 어떻게 되겠지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정치 전문가도 위기론에 공감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수도권에서 30석 이상은 가져갈 것으로 보지만, 30석이 대단한 의석도 아니고 위기는 위기"라며 "이낙연 전 총리같이 안정적 인물이 민주당 총선을 지휘하면 국민의힘이 우위를 점하지 못할 수 있으니 중도층을 포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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