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상임위원회 회의 도중 200차례 이상 코인(가상화폐) 거래와 코인 무상수령을 한 무소속 김남국 의원의 제명 징계안이 어제 국회 윤리특위 소위에서 부결됐다. 지난 22일 윤리특위 소위가 징계안을 상정하려 하자 내년 4월 22대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해 징계가 미뤄지도록 한 김 의원의 의도대로 된 것이다. 지난 7월 국회 윤리심사자문위가 의원직 제명을 요구했지만 결국 유야무야됐다. 또 한편의 코미디 같은 일이 벌어졌다.
김 의원 제명안은 윤리특위 소위에서 무기명 표결에 부쳐졌지만 ‘가 3, 부 3’ 결과가 나와 부결됐다. 1소위원장인 국민의힘 이양수 의원은 회의 후 “동수가 나와서 과반이 되지 않아 김 의원에 대한 제명안이 부결됐다”고 밝혔다. 현재 윤리특위 소위(6명)는 윤리특위 전체(12명)와 마찬가지로 여야 동수다. 이렇게 보면 민주당의 반대로 김 의원의 제명안이 부결된 것이다. 예상된 결과다. 국민의 눈높이에서 보면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김 의원 제명안 부결은 사실 민주당 당론이었다. 윤리특위 표결 전 민주당 의원은 “이미 정해져 있고 바꾸기 어렵다”고 했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에 이어 김 의원 ‘방탄’까지 나선 것이다. 민주당은 한 단계 아래인 ‘30일 출석정지’ 징계안을 새로 의결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의원은 문제투성이 정치인이다. 무엇보다 그는 무려 154명이 숨진 이태원 핼러윈 참사를 다룬 상임위 도중 코인 거래를 한 사람이다. 국민세금 받고 국정을 논하는 시간에 전업투자자처럼 코인에 몰두한 것이다. 코인을 팔아 보유한 현금성 잔고가 한때 100억원 가까이 됐다. 이뿐만 아니다. 신생 코인 투자과정에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하고 가상자산 과세 유예 및 소득공제 확대 법을 만드는 과정에서의 이해충돌 의혹도 남아 있다.
김 의원은 “매일 라면만 먹는다”, “구멍난 운동화를 신고 다닌다”며 가난한 청년 정치인 코스프레를 해 후원금을 거둔 파렴치한 인물이다. 청년들의 배신감과 분노가 하늘을 찌를 수밖에 없다. 이것만 놓고 보더라도 그는 양심 없는 사람이다. 이대로라면 김 의원은 자신의 뜻대로 내년 5월까지 임기를 지키면서 세비를 꼬박꼬박 챙기게 돼 있다. 양심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지금이라도 의원직을 사퇴하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다. 국회의 자정 시스템인 윤리특위도 이번처럼 어이없는 일이 반복되는 지경이라면 더 존속할 이유가 있는지도 따져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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