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학대로 숨진 아동 50명… 가해자 10명 중 8명은 ‘부모’

복지부, 아동학대 연차보고서

사망자 5년래 최다… 전년비 10명↑
피해자 절반 이상은 ‘만 2세 이하’
신고접수 총 4만여건 매년 증가세
전체 사례 중 ‘재학대’ 16% 육박
10건 중 1건만 가정서 분리 보호
정부, 신고의무자 범위 확대 추진

지난해 아동학대로 사망한 아동이 최근 5년 새 가장 많은 50명으로 조사됐다. 아동학대 신고 건수도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31일 보건복지부가 발간한 ‘2022년 아동학대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아동학대로 사망한 아동은 50명이다. 최근 5년 새 학대로 사망한 아동은 2018년 28명, 2019년 42명, 2020년 43명, 2021년 40명이다.

지난해 학대로 사망한 아동을 연령별로 살펴보면 만 2세 이하가 28명으로 절반 이상(56.0%)을 차지했다. 사망 아동 중 14명은 부모가 자녀를 살해한 후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경우였고, 화장실 등에서 출생 후 사망한 아동이 5명이었다.

아동학대 신고건수는 지난해 4만6103건으로 전년 대비 7829건(14.5%) 감소했다.

아동학대 전담공무원 등의 조사를 거쳐 아동학대로 판단된 사례는 2만7971건으로 전년 대비 9634건(25.6%) 줄었다. 그러나 2021년 당시 16개월 입양아 사망사건(정인이 사건) 등을 계기로 아동학대 신고가 크게 늘었고, 코로나19 장기화로 가정 내 활동이 증가하면서 아동학대 신고건수가 급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동학대 신고건은 여전히 증가세인 것으로 복지부는 보고 있다. 2020년 아동학대 신고가 4만2251건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 아동학대 신고는 2년 전보다 9.1% 증가했다.

이번 보고서에서 눈에 띄는 결과 중 하나는 재학대 비율이다. 지난해 재학대 건수는 4475건으로 전체 아동학대 사례 중 16%나 된다. 재학대는 최근 5년간 아동학대 사례로 판단된 적이 있는데 또다시 신고돼 아동학대로 판단된 사례를 말한다. 재학대 비율은 2018년 10.3%, 2019년 11.4%, 2020년 11.9%, 2021년 14.7%로 해마다 늘고 있다.

반면 학대 피해 아동을 가정으로부터 분리 보호한 사례는 전체 사례 중 10.0%인 2787건에 불과했다. 학대 신고가 반복되거나 학대 징후가 강하게 의심될 때 담당 공무원이 피해 의심 아동을 즉각 분리하는 일시보호 조치 1153건이 포함된 수치다. 전체 재학대 건수(4475건)의 62% 정도만 분리 보호 등의 조치가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우리 사회에 아동학대의 민감성이 높아지면서 아동학대 신고가 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지만, 아직 학대받는 아동들에 대한 분리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는 등 문제점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공 대표는 “상습적인 학대라 볼 수 있는 재학대 아동을 분리하지 않는 것은 정부가 아동학대를 사실상 방조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동학대 가해자는 부모가 2만3119건으로 전체의 82.7%를 차지했다. 어린이집·유치원 교직원이나 가사근로자 등 대리양육자의 아동학대 사례도 3047건(10.9%)인 것으로 나타났다. 학대 장소로는 가정 내에서 발생한 사례가 2만2738건(81.3%)으로 가장 높았다.

복지부는 아동학대 신고 활성화를 위해 신고의무자 범위 확대를 추진할 계획이다. 재학대 방지를 위해 부모상담·양육기술 교육 등을 제공하는 가정기능회복 지원사업을 지속 확대한다. 아울러 학대 우려가 있는 2세 이하 아동을 조기 발견할 수 있도록 생애 첫 건강검진사업의 확대, 보호출산제 도입 등을 추진한다.

이정우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