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이나 외상은 일상에 가까이 있지만 한 번 발생하면 응급상황인 경우가 많습니다. 환자 다수가 빈곤층이기도 하고요. 병원의 적자가 워낙 심해서 ‘경영 개선’을 내걸고 병원장이 됐지만, 공공성이 담보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고압산소치료센터를 도입했습니다.”
허준 한림대 한강성심병원장(화상 외과)은 지난 29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고압산소치료센터(HOTC·Hyperbaric Oxygen Therapy Center)를 도입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한강성심병원이 고압산소치료센터를 개소한 것은 지난 7월. 8월 말 기준으로 500건의 치료를 시행했다. 고압산소치료는 2~4기압으로 밀폐된 공간에서 100% 고농도 산소를 폐로 흡입하게 하는 치료다.
허 병원장은 “수심이 깊은 곳처럼 압력이 높으면 탄산이 녹았다가 뚜껑을 열면 탄산이 터져 나오는 것과 같다”며 고압산소치료를 탄산음료에 비유하며 “고압상태에서 마스크를 쓰고 산소를 마시면 혈장에 산소가 녹아들어 (질환이 있는) 조직까지 산소가 공급된다”고 원리를 설명했다.
고압산소치료는 그 치료 효과가 인정돼 미국·일본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많은 병원에서 도입하고 있다.
한강성심병원이 고압산소치료가 주목을 받는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연 100억 원대의 적자에도 불구하고 도입했다는 점과 화상 환자를 대상으로 한 번에 최대 25인까지 수용 가능한 다인용 체임버를 도입했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국내 대학병원 중 유일한 화상전문병원이라는 책임감도 작용했다.
“화상이라고 하면 불난 것만 생각합니다. 그러나 화상센터에서는 치료하는 환자는 ‘열상’이라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합니다. 감전도, 교통사고가 나면 골절 외에 피부가 통으로 벗겨지는 것도, 전신 피부가 벗겨지는 면역계 질환도, 모두 해당합니다.”
고압 산소 치료는 이런 환자의 상처 조직의 재생을 촉진한다. 특히 급성기 환자에 쓰는 게 효과적이다. 화상 치료의 가이드라인에서는 화상 상처가 3주 내 치유 유도를 원칙으로 한다. 상처 치유 과정이 2주 이상 되면 80% 이상에서 흉터로 진행, 극심한 가려움증과 통증을 유발한다. 치유에 4주 이상 걸리면 수술이 필요하다.
허 병원장은 “고압산소치료는 화상 환자의 치료 기간을 단축해 추후 후유증을 줄여준다”며 “드레싱만 할 경우 자연적으로 4주 걸릴 상처가 고압산소치료를 병행하면 1주 단축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화상 외에도 당뇨병성 족부궤양, 일산화탄소 중독증, 가스색전증, 두개내 농양, 혐기성 세균감염증, 급성기 중심 망막 동맥폐쇄, 고도 출혈에 의한 빈혈, 방사선 치료 후 조직괴사, 돌발성 난청 등에도 사용이 가능하다.
최적의 시간과 횟수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아직 없다. 고압산소학회에서도 ‘압력 2기압(수심10m) 이상에서 2시간 이상이 좋다’, ‘1시간 미만이 좋다’ 등 의견이 엇갈린다. 연속적인 사용이 효과에 좋다는 정도만 알려진 상태다.
허병원장은 “500례 치료에서 상처가 빨리 낫고 통증이 줄었다며 환자의 만족도가 높았다”며 “국내 화상 치료의 메카로서 공익적 차원으로 고압산소요법의 효용성을 연구해 화상 및 창상 치료의 질을 높이고 적정 치료지침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고압산소치료란?
고압산소치료는 대기압(1기압)보다 높은 2~4기압을 인위적으로 만들어 농도 100%의 산소를 흡입하는 치료법이다. 2기압은 수심 10m 수준이다.
1기압에서 호흡을 통해 호흡을 통해 몸 속에 들어간 산소분자는 혈관 내에서 적혈구와 결합해 말초에 있는 모세혈관을 지나 세포 속으로 유입된다. 그러나 손상된 모세혈관에는 적혈구가 지날 수 없어 적혈구에 붙어있는 산소분자가 세포 속으로 전달되지 못한다. 이때 기업을 높이면 산소분자가 적혈구와 결합하지 않아도 혈액 내 혈장 속에 속아 말초조직 내 세포까지 도달할 수 있다.
세포에 도달한 산소는 세포의 재활과 성장을 촉진하고 새로운 혈관을 형성하는 데 도움을 준다. 또 항염작용을 촉진하고 몸속 독성물질 생성을 억제해 손상된 조직의 회복 및 재생 속도를 높인다.
국내에서는 화상, 당뇨병성 족부궤양, 식피술 또는 피판술 후, 일산화탄소 중독증, 가스색전증, 두 개내농양, 혐기성 세균감염증, 급성기 중심 망막 동맥폐쇄, 고도 출혈에 의한 빈혈, 방사선 치료 후 조직괴사, 돌발성 난청 등에 보험이 적용된다. 반면, 기흉이 있거나 눈 관련 수술을 받은 지 1년이 되지 않은 환자, 백내장 환자는 금기다.
산소 농도가 20% 정도인 공기를 흡입하다가 농도 100%의 산소를 지속해서 마시면 산소 독성으로 인해 현기증, 오심, 구토, 실신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런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일정 시간(30분)만 지속하다가 휴식을 취하는 에어브레이크를 시행한다.
기압 상태를 가압했다가 가압하는 형태로 치료 테이블을 고안해 산소 독성 없이 치료 효과만 나타나도록 통제하고 있다.
최근 피로회복과 피부 미용을 위해 가압 없는 ‘산소방’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지만 이는 대부분 가압·감압이 과정이 없는, 즉 ‘고압’이 빠진 ‘고농도 산소’를 제공하는 형태다. 고압산소치료의 경우는 감압·가압 과정에서 고막과 달팽이관 사이의 압력 차가 발생해 비행기 이착륙 시 흔히 느낄 수 있는 먹먹함이 발생한다. 그래서 감압과 가압 과정에서는 코를 잡고 코를 풀듯이 해 귀의 압력을 조절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미국 등에서는 20여 년 전부터 잠수병, 외상, 화상치료에 적극적으로 활용해왔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3년 대한고압의학회 발족 이후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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