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북한인권단체인 북한자유연합 수잰 숄티 대표는 엊그제 세계일보에 보내온 긴급 메일에서 “지난 8월29일 2대의 난민버스가 단둥에서 신의주로 향하는 다리를 건너면서 난민 90∼100명의 소중한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에 처해 있다”면서 “시진핑(중국 국가주석)은 북한 어린이, 여성 등을 북한으로 강제송환해 고문과 잔인한 구금, 잠재적인 공개처형에 직면케 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미 국무부도 어제 “단둥과 신의주 다리를 건너 노동자가 아닌 탈북민이 북송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이다. 어제 방한한 엘리사베트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중 중국의 구금시설에 수감된 탈북민이 무려 2000여명에 이르고 있다”고 했다.
탈북민들이 북한으로 강제송환되면 어떤 상황에 처하게 될지는 불문가지다. 유엔 인권보고서에 따르면 정치범수용소로 보내져 모진 고문과 가혹한 처벌을 받는다. 그런데도 중국은 그간 탈북민을 난민이 아닌 불법체류자로 간주해 단속하고 구금해 왔다. 중국이 자국도 가입한 난민지위협약과 고문방지협약을 위반한 것이다. 이들 국제규범에는 “난민을 어떠한 이유로도 그 생명 또는 자유가 위협에 처할 우려가 있는 영역 또는 국경으로 추방·송환해서는 안 된다”는 농르풀망(Non Refoulement) 원칙이 있다. 박해·처벌 등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난민을 추방해선 안 된다는 원칙이다.
탈북민이 중벌을 받을 것을 알면서 강제북송하는 건 반인권적 범죄행위다. 난민을 강제북송하고도 유엔 인권이사국 일원이라 할 수 있나.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을 치른 나라라면 북한 눈치 보지 말고 탈북민에 대해 전향적 조치를 취해야 옳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가 “중국은 국제규범을 지켜야 할 것”이라고 하는 경고를 허투루 들어선 안 될 것이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지난달 16일 “한국으로 오기를 희망하는 모든 탈북민을 전원 수용할 것”이라며 “한국 등 국제사회가 제기하고 있는 중국 내 탈북민의 구금과 강제북송 문제에 대해 중국의 협조를 요청한다”고 했다.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정부는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정부와 의회, 유엔기구, 국제인권단체 등과 함께 중국을 설득해 대량 강제북송사태를 막아야 할 것이다. 인권정당을 자처하는 더불어민주당도 이제라도 북한인권재단 이사를 추천해 출범을 도움으로써 북한인권 개선에 동참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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