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와 인터뷰한 이성모 축구전문기자, 한국 내 클린스만 비판 여론 전해…“9월 경기 결과 따라 여론 더욱 험악해질 것”
영국 국내 현안은 물론 전세계의 정치, 경제, 사회,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를 포괄적으로 다루는 영국 매체 BBC가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위르겐 클린스만(59·독일) 감독의 이른바 ‘해외 원격 근무’에 대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아시아 축구를 전문으로 다루는 존 듀어든 기자는 6일(현지시간) BBC에 ‘위르겐 클린스만: 무승의 한국 감독, 그의 시간이 끝나갈 수도 있다’라는 제목의 칼럼을 게재했다.
듀어든 기자는 “한국 대표팀은 지난 평가전들에서 콜롬비아와 엘살바도르에 비기고, 우루과이와 페루에는 패했다. 이런 상황은 1960년 이후 아시안컵 우승을 꿈꾸는 한국에게는 바람직한 상황이 아니다”라고 운을 뗐다.
그는 “지난 2월 말 한국 부임 당시 클린스만은 한국과 아시아 축구를 위해 해야 할 일이 있음을 밝혔다”며 “클린스만은 ‘나에게는 큰 도전이 될 것이지만 내가 잘 헤쳐나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곧바로 냉철한 지적이 이어졌다. 듀어든 기자는 “결과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결과에 도달하기까지 어떤 방법을 활용하는지일 것”이라며 “첫 기자회견에서 클린스만은 자신이 전임 감독들처럼 한국에 거주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 언론들은 그가 부임 이래 6개월 중 단 67일만 한국에 머무른 사실을 지적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듀어든 기자는 이성모 축구전문기자와의 인터뷰 내용도 소개했다. 이 기자는 유럽 등 해외축구를 전문으로 다루는 프리랜서 기자 겸 저술가이다.
인터뷰에서 이성모 기자는 “팬들은 클린스만이 대부분의 시간을 미국에서 보내고 있는 것에 굉장히 실망해하고 있다”며 “한국 내 K리그가 시즌 막바지에 접어든 만큼 지켜볼 경기가 많다. 경기는 매주 펼쳐지며, 재능있는 젊은 선수들이 많이 뛰고 있다. 팬들은 감독이 직접 그 선수들을 지켜보고 팬들과 구단, 선수들과 직접 소통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듀어든 기자는 “그동안 한국에서의 경기는 코치들이 대신해 지켜봐왔다”며 “클린스만은 8월 동안 미국 로스앤젤레스 거주지에서 한국 기자들과 ‘줌’으로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런 행동은 (한국에서) 우려를 샀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듀어든 기자는 ‘한국 감독이 한국에 없다’는 비판에 대한 클린스만 감독의 반응도 소개했다. 그는 “클린스만 감독은 ‘국가대표팀 감독은 국제적인 업무를 맡는다. 유럽에서 뛰는 한국 선수들에 대해 파악하고 있다. 내가 한 국가에 일주일, 24시간 동안 머물지 않을 수 있지만 나는 계속 일을 한다. 한국에는 워커홀릭이 많고 나 역시 그렇다’고 말했다”고 언급했다.
듀어든 기자는 “한국의 직장 문화는 사무실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을 중시한다. 장시간 근무하고 적은 휴일을 보내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2022년 OECD는 대한민국 근로자들이 연평균 1901시간을 일한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한국의 이러한 기록은 (OECD 가입국 중) 상위 50위에 들며, 영국의 동일 기간 평균 근무시간인 1542시간을 상회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클린스만의 전임자들, 특히 월드컵 16강을 이끈 파울루 벤투 감독은 한국에 거주했고 대부분의 경기를 직접 지켜봤다”며 “이러한 사실은 미국 대표팀을 떠난 2016년부터 한국에 부임한 2023년 사이 팀을 지도한 기간이 2019~20시즌 헤르타 베를린에서 보낸 10주가 전부인 클린스만을 ‘원격근무를 하는 외지인’으로 비쳐지게 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이성모 기자는 “클린스만은 한국에 부임한지 6개월밖에 되지 않았지만 한국에 있는 대신 외국에서 더 생활해왔고, 승리도 하지 못했다”며 “이런 상황은 한국 축구는 물론 클린스만 자신에게도 도움되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듀어든 기자는 “클린스만 감독은 외신 인터뷰에서 해리 케인의 뮌헨 이적에 대해 말하거나 와타루 엔도가 슈투트가르트를 떠나 리버풀로 이적한 것을 논평해 구설수에 올랐다”며 “(해외 체류) 논란이 계속되는 상황에서도 클린스만은 웨일스와 사우디전에 나설 대표팀 명단을 원격으로 발표했다”고 했다.
그는 “한국의 연합뉴스는 ‘감독이 직접 기자회견장에 나타나 명단을 발표하고 선수 선발 이유에 대해 설명하는 한국의 오랜 관습이 클린스만의 원격 발표로 인해 깨졌다’고 지적했다”며 “만약 웨일스전과 사우디전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 이러한 상황은 클린스만이 미국 캘리포니아의 거주지에 오랫동안 머무를 수 있게 하는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고 냉소적으로 표현했다.
기고문은 이성모 기자의 언급으로 마무리됐다. 이 기자는 “만약 이번 평가전에서도 이기지 못한다면 6경기 무승”이라며 “(무승과 원격 근무가 계속될 경우) 한국 언론과 팬들은 아시안컵의 효과적인 대비를 위해 클린스만을 경질하고, 새로운 감독이 부임해 아시안컵에 대비하는 것을 원하고 있다. 9월에 있을 두 경기는 클린스만에게 혹독하게 다가올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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