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과일 작년보다 비싸
과일 가격 상승은 생산량 감소 영향
치솟는 과일 물가 서민들은 “숨이 턱턱”
“가격만 보고 그냥 갑니다. 물어보지도 않아요. 과거처럼 사과·배·포도 등 사기는커녕. 과일 한 박스만 사는 사람이 태반이에요” (청과물시장 한 상인)
“과일 가격만 봐도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데, 시장에 오기는 왔지만, 생각만 많고, 이러지는 않았는데….” (청과물시장 찾은 이모(60대))
지난 7일 서울 한 청과물시장에 만난 이씨는 옆구리에 낀 지갑에서 현금을 꺼내며 이같이 말했다. 뉴스에서 과일값 폭등했다고 했다고 해서 잘 몰랐지만, 이 정도 인줄은 몰랐다고 하소연했다. 추석 대목을 앞두고 시장에는 북적였지만, 소비자들의 치솟는 과일 물가에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추석이 20여 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추석 성수품인 사과의 경우 생산량이 감소한 데다, 명절을 앞두고 수요가 증가하며 도매가격이 지난해 동월과 비교해 2배 이상이 오르면서 소비자는 물론 상인들도 힘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청과물시장에서 만나 상인 한 상인(50대)은 “표정만 봐도 알죠. 사도 2~5만 원 내외 과거처럼 몇 박스씩 사는 모습을 못 봤다”며 “손님들 비싸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닌다. 아무리 붙잡아도 소용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청과물시장은 포도, 배, 사과, 수박, 대추 방울, 참외 등을 사러 온 손님들로 북적였다. ‘햇 배 1만 원에 3개’, ‘사과 1만 원 4개’, ‘샤인머스켓 1송이 1만 원→6000원’ 라는 문구가 적힌 매대 앞으로 예쁜 과일들이 선택 받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었지만, 손님들은 가격을 한번 보더니 이것저것 비교해 보고 몇 번을 들었다 놨다 하다가 결국 빈손으로 돌아서는 모습이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지난 6일 ‘농업관측 9월호 과일’ 보고서를 통해 이달 사과(홍로) 도매가격이 10㎏에 7만∼7만4000원으로 지난해 동월의 2만8400원과 비교해 146.5∼160.6%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배(신고) 도매가격은 15㎏에 5만1000∼5만5000원으로 지난해 동월의 3만2800원보다 55.5∼67.7% 높아진다고 내다봤다.
포도 역시 품종마다 차이가 있으나 이달 도매가격이 1년 전보다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샤인머스캣은 2㎏에 2만∼2만4000원으로 3.6∼24.4% 비싸지고, 거봉은 2㎏에 1만8000∼2만2000원으로 9.8∼34.1% 오를 것으로 예측했다. 이 밖에 복숭아(엘버트)는 4㎏에 2만8000∼3만2000원으로 40.7∼60.8%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과일 가격 상승은 생산량 감소에 따른 것이다.
이날 시장을 찾은 소비자들은 과일값이 크게 올랐다고 입을 모았다. 접이식 손수레를 한 손에 잡고 시장을 들러보던 최모(60대)씨는 과일값 등이 크게 오르며 추석 앞두고 장보기가 너무 겁이 나 망설이고 있다고 했다. 최씨는 “사기는 사야 하는데, 과일값만 보면 엄두가 안난다”며 “혼 자면 안사고 말겠지만, 가족이 먹다 보니 흠 사과 사기도 그렇다”며 고개를 저으며 깊은 한숨을 내 쉬었다.
최모씨와 함께 있던 이모씨는 텅 빈 손수레를 보여주며 올 추석에는 간소화하겠다고 했다. 이씨는 “왜 이렇게 비싼지. 사과 하나가 2000~3300원씩, 배하나에 3500원씩 하는 꼴인데, 살 수가 있나”며 “먹고 싶다고 이것저것 사면 10만 원 갖고 어림도 없어”라며 인상을 찌푸렸다.
한편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사과, 배, 포도, 복숭아 등 주요 과일은 봄철 저온 피해와 여름철 호우 등의 영향으로 작황이 부진했다”며 “올해 사과 생산량은 작년과 비교해 21% 감소하고, 배 생산량은 20% 줄어든다”고 예측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