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심쩍은 이유로 지연·공전시켜
신임 대법원장, 반드시 개혁해야
검찰이 어제 문재인정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송철호 전 울산시장과 더불어민주당 황운하 의원에게 징역 6년과 5년을 각각 구형했다. 기소된 지 무려 3년7개월 만이다. 검찰은 “비리 첩보를 수집하는 경찰 권한을 악용해 선거의 공정성을 해한 유례없는 관권 선거”라고 지적했다. 송 전 시장은 2018년 6월 지방선거에서 당선되기 위해 당시 울산지방경찰청장이던 황 의원에게 김기현 울산시장에 대한 수사를 청탁하고, 문재인 청와대와 선거 공약 등을 논의한 혐의를 받고 있다. 황 의원은 송 전 시장의 청탁을 받고 관련 첩보를 수집해 표적 수사를 주도한 혐의를 받는다.
이번 재판은 김명수 사법부 재판 지연의 대표적 사례다. 송 전 시장과 황 의원 등이 기소된 건 2020년 1월이다. 하지만 사법부는 미심쩍은 이유로 재판을 지연·공전시켰다. 2020년 이 사건의 첫 재판장을 맡았던 김미리 부장판사는 준비 기일만 6차례 열었을 뿐 1년3개월 동안 본재판을 시작도 하지 않았다. 김 부장판사는 김명수 대법원장이 회장을 지낸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다. 김 부장판사가 2021년 4월 돌연 휴직하면서 새 재판부는 기소 이후 무려 1년4개월 만인 2021년 5월에야 첫 본재판을 열었다. 송 전 시장 임기 중 재판이 끝나 시장 직위의 진퇴가 가려져야 했으나 재판이 지연되는 바람에 그는 4년 임기를 다 채우고 지난해 지방선거에 재출마하기까지 했다. 황 의원 임기는 내년 5월 끝난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의 재판이 지연된 건 울산시장 선거 재판에 그치지 않는다. 2019년 12월 말 자녀 입시비리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경우 지난 2월에야 1심 선고가 내려졌다. 기소에서 1심 판결까지 만 3년 2개월이 걸린 것이다.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으로 있으면서 위안부 할머니들 후원금을 빼돌린 혐의(업무상 배임과 횡령)로 재판에 넘겨진 윤미향 무소속 의원도 지난 2월 2년5개월 만에 첫 선고를 받았다.
재판 지연은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이달 말 취임하게 되면 가장 먼저 바로잡아야 할 법원의 비정상이다. 법원이 법리와 증거에 입각해 엄정하고 신속하게 판결을 하는 건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도 재판이 하염없이 늦어지면서 국민의 정신적·금전적 피해는 물론이고 사법부에 대한 불신은 날로 깊어지고 있다. 이 후보자는 재판 지연 해소에 전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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