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 공백 자초, 공당 자세 아냐
국정 발목잡기 탄핵 남발 멈춰야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어제 자진사퇴의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여당 관계자는 “이 국방장관이 최근 정치권에서 탄핵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자칫 안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당초 더불어민주당은 해병대원 채수근 상병 사망 사고의 진상규명을 이 장관이 가로막았다고 보고 탄핵 추진을 별렀다. 지난 11일 단식농성 중인 이재명 대표가 입장문을 내고 “이종섭 국방부 장관을 탄핵한다”고 공언한 데 이어 어제도 의원들이 총회를 열어 당론으로 이 장관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겠다며 압박했다.
정부가 이 장관 교체를 포함한 개각에 나설 것이란 소식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합참차장 출신 국민의힘 신원식 의원(비례대표)이 후임이라는 구체적 인선안까지 나돌았지만 막무가내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1일 주요 20개국(G20) 회의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직후 국방장관을 포함한 소폭 개각을 계획한 것은 아마도 하반기 국정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심산이었을 것이다. 문제는 만일 장관 교체 발표 전에 이 장관 탄핵소추안이 의결되면 헌법재판소 결론이 날 때까지 후임 장관을 임명할 수 없게 된다는 점이다. 탄핵과 개각을 두고 여야 기싸움이 벌어진 셈이다. 이상민 행안부장관 탄핵 때 충분히 겪었던 일이기도 하다. 그러기에 이 장관의 자진 사퇴는 이상민 장관 탄핵으로 인한 국정공백의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고육지책으로 읽힌다.
이 대표와 민주당은 걸핏하면 탄핵을 소환했다. 대표 사법리스크를 막기 위한 방탄용 내지 국면전환용이다. 대상은 대통령과 장관을 가리지 않는다. 이쯤 되면 탄핵 겁박이 도를 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방장관 탄핵 추진을 서두른 것 역시 해병대원 사망사건 수사 의혹 등을 부풀려 이 대표 사법리스크를 덮겠다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었다고 봐야 한다.
러시아를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무기거래 및 기술이전 협상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협상 결과에 따라 우크라이나 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을 수 있고, 유엔의 대북제재 무력화로 한반도는 물론 국제 질서가 요동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거대 야당이 벌인 국방장관 탄핵 추진은 안보 공백을 자초하는 행태와 다름없다. 공당으로서 바람직한 자세가 아니다. 국가 안보 이익보다 정파적 이익만 앞세우다가는 민심의 심판을 받을 수 있음을 잊어선 안 된다. 다수 의석만을 믿고 벌이는 국정 발목잡기 탄핵 카드 남발은 이제 접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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