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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방지하겠다’더니… 엑손모빌, 기후변화 부인 단체에 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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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9-15 06:00:00 수정 : 2023-09-15 04:5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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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대 석유기업인 엑손모빌이 기후변화와 관련한 각종 과학적 연구에 회의론을 부추기기 위해 장기간에 걸쳐 조직적으로 움직인 사실이 드러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일(현지시간) 엑손모빌 경영진이 기후변화를 부정하기 위해 10년 넘게 각종 지시를 내린 내부문건을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사진=AFP연합뉴스

엑손모빌은 2006년 화석연료가 지구온난화의 원인이 된다는 과학적 연구 결과를 처음으로 인정하고, 이후 대외적으로 기후변화 방지에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그러나 당시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 렉스 틸러슨은 뒤로는 화석연료로 배출되는 탄소가 지구 온도를 상승시킨다는 연구를 부정하는 여론의 키우기 위해 노력했다.

 

틸러슨 전 CEO는 2012년 한 연구단체가 ‘탄소 배출량이 저감되지 않을 경우 글로벌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취지의 연구 결과를 발표하자 엑손모빌 소속 과학자들에게 “그 단체에 접촉해 영향력을 행사하라”고 지시했다. 또 북극해 화석연료 개발이 빙하가 녹는 속도를 빠르게 하고 북극 환경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여론이 확산하자 기후변화에서 북극이 거론되지 않도록 하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당시 엑손모빌은 북극과 가까운 러시아 최북단에서 에너지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었다.

 

엑손모빌은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선 인류가 화석연료 사용을 과감하게 줄여야 한다’는 인식 대신 ‘기술 발전을 통해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다’는 인식을 여론에 더 퍼뜨리려고도 했다. 틸러슨 전 CEO는 2009년 연설에서 “화석연료와 기후변화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예컨대 자동차 연비를 높이는 방식으로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는 취지다.

 

대외 홍보용으로 엑손모빌은 2008년 기후변화를 부인하는 연구단체에 보내는 기부를 중단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내부 문건에 따르면 실제로는 기후변화를 부인하는 단체를 꾸준히 지원해왔다. 틸러슨 전 CEO가 2017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첫 국무장관에 임명돼 회사를 떠난 뒤 후임자가 된 대런 우즈도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 WSJ의 지적이다.

 

우즈 CEO는 취임 직후 해상 풍력발전 등을 언급하면서 재생에너지 개발에 적극 투자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아직 엑손모빌의 재생에너지 투자는 이뤄지지 않았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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