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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살 딸·엄마 눈앞에서 스토킹범에 살해당한 내 동생”…4만4000명 엄벌 탄원

입력 : 2023-09-19 10:51:18 수정 : 2023-09-20 17:4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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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 19일 첫 재판서 탄원서 제출 예정
“왜 ‘보복 살인’ 아닌지…대책 마련 절실”
“사과조차 없는 가해자, 유족 삶 무너져”
스토킹 범죄로 살해당한 이은총씨의 생전 모습(왼쪽)과 폭행 피해로 멍이 든 모습. 유족 제공

 

법원의 접근금지 명령을 받고도 옛 연인을 찾아가 흉기로 살해한 30대 스토킹범의 첫 재판이 열리는 가운데, 유족 측이 “아직 사과 한 마디 받지 못했다”며 엄벌을 촉구하고 나섰다.

 

19일 피해 여성 이은총(37)씨의 유족에 따르면 가해 남성 A(30)씨의 첫 재판에 4만4000여건의 엄벌 촉구 탄원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살인 및 특수상해,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구속된 A씨의 재판은 이날 오후 인천지법에서 열린다.

 

A씨는 지난 7월17일 오전 5시54분쯤 인천시 남동구 아파트 복도에서 옛 연인인 이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범행을 말리던 이씨 어머니도 A씨가 휘두른 흉기에 양손을 다쳤다.

지난 7월17일 오전 30대 남성이 출근하던 이은총씨를 찔러 숨지게 한 인천 남동구 논현동 한 아파트 복도 모습. 인천=뉴시스

 

A씨는 지난 2월 이씨를 상대로 데이트 폭력을 저지른 혐의로, 지난 6월에는 스토킹 처벌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이로부터 일주일 뒤 이씨의 주거지 인근을 배회하다가 현행범 체포되기도 했다.

 

이에 A씨는 법원으로부터 이씨에게 접근과 연락을 금지하는 내용의 잠정조치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접근금지 명령을 어기고 한달여 만에 이씨를 찾아가 가족이 보는 앞에서 살해했다. A씨는 경찰에서 “이씨가 헤어지자고 하면서 무시해 화가 났다”면서도 “스토킹 신고에 따른 보복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A씨는 2021년 운동 동호회에서 이씨를 처음 만나 알게 된 뒤 같은 직장에서 근무하며 사귀던 중 집착이 심해졌고, 이별을 통보받자 범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인천 남동구의 한 아파트 복도에서 스토킹하던 전 여자친구를 흉기로 살해한 뒤 자해를 시도한 30대 남성이 지난 7월28일 인천 논현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인천=연합뉴스

 

이씨의 유족은 온라인상에 이씨의 얼굴과 실명을 공개하며 스토킹 피해자를 위한 실질적인 대책 마련과 함께 가해자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고 있다. 범행이 공론화되면서 온라인 글 게시 10일 만인 지난 18일까지 4만4000건이 넘는 시민들의 탄원서가 모였다. 이씨의 직장 동료나 지인 등 300여명도 유족 측에 탄원서를 전달했다.

 

유족에 따르면 이씨는 사건 당일 오전 6시 출근길 집 밖으로 나오자마자 복도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A씨와 마주쳤다. A씨는 윗옷 소매 안에 흉기를 숨긴 채 계속 대화를 요구했다. 공포심에 사로잡힌 이씨가 “이제 와서 무슨 말을 하느냐. 살려달라”고 소리쳤으나, A씨는 숨겨둔 흉기를 꺼내 들고 이씨의 가슴과 등 쪽을 찔러 살해했다.

 

A씨는 유족 측에는 어떤 사과도 하지 않은 채 기소된 지 2주 만인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15일까지 6차례에 걸쳐 재판부에 반성문을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스토킹범이 이은총씨와 헤어진 상태에서 보낸 메시지. 유족 제공

 

이씨의 사촌언니인 B씨는 세계일보에 “‘살려달라’는 은총이의 목소리를 듣고 바로 뛰쳐나온 작은 엄마는 가해자를 말리다가 수차례 칼에 찔렸다. 6살 손녀가 나오자 손녀를 보호하는 사이 찔렸다”며 “가해자는 자기가 입고 있던 양복도 곱게 접어두고 칼을 휘둘렀고, 은총이가 칼에 맞아 쓰러지자 자신도 옆에 누워 배를 찌르곤 나란히 누워있었다고 한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어 “딸을 너무나도 사랑하고 성실하기만 했던 은총이가 제대로 된 대책 없이 반복되고 있는 스토킹 범죄의 피해자가 된 게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며 “동생이 살아돌아올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는 걸 안다. 남아있는 우리의 삶은 완전히 무너졌다”며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죄명이 ‘보복 살인’이 아닌, ‘살인’이 된 데에도 유족들은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특가법)상 보복살인은 징역 10년 이상이 규정으로, 형법상 살인죄(최소 징역 5년)보다 형이 무겁다. B씨는 “어떤 법적 제재로 살인했다는 걸 인정해야만 보복 살인이 된다는데, 가해자는 ‘보복심 때문에 죽인 건 아니다’라는 식으로 얘기했다고 한다”며 “스토킹 살인사건은 모두 보복 살인 사건으로 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어리디 어린 조카도 엄마가 그렇게 되는 걸 직접 목격했다. 현재 심리치료를 받고 있다. 아직 너무 어려 엄마의 부재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며 “접근금지명령도 형식에 불과했고 스마트워치는 사고가 일어나야만 쓸모가 있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발생하고 있는 스토킹 범죄의 많은 피해자분들이 안전해질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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