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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대전IC팔”… 숨진 대전 교사 후임도 ‘문제 4인방’ 욕설·민원에 시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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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9-19 16:35:49 수정 : 2023-09-19 17: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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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성 민원에 시달리던 대전 40대 초등학교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가운데 해당 교사의 후임 교사도 같은 학생과 부모들에게 교권 침해를 당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19일 대전교사노조에 따르면 35년차 경력의 기간제 교사 A씨는 2019년 12월 5일부터 해당 학급 담임교사로 근무했다. 숨진 교사가 정신적 스트레스로 전달 병가에 들어가 후임 교사로 온 것이다. 

 

A씨는 대전교사노조에 이른바 문제의 4인방 학생과 부모들로 인해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교사가 된 지 35년 만에 처음 겪는 일로 학생들의 얼굴은 물론 어디에 앉아있었는 지까지 여전히 생생히 기억난다고 했다.

학부모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으로 숨진 교사 A씨의 추모제가 지난 15일 대전시 서구 둔산동 대전시교육청 앞에서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A씨는 “당시 해당 학급에 들어갔을 때 보통의 1학년 학급의 해맑고 명랑한 분위기가 아닌 무겁고 어두운 느낌을 받았다”며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4인방의 기가 너무 쎄서 다른 학생들이 주눅이 들어 있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기간제로 출근한 첫날 관리자를 포함한 부장들이 ‘B학생을 비롯, 나머지 문제 학생들을 건들지 않는 것이 좋으며 특히 B학생은 뭘해도 내버려두라’는 조언을 받기도 했다”며 “1학년을 맡는 선생님은 학교라는 사회를 처음 경험하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첫 단추를 잘 끼울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하는데 ‘되도록 건드리지 말라’는 이야기를 들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A씨는 B학생으로부터 수업 중 욕설을 듣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A씨는 “B학생의 경우 학교를 자주 오지 않았고, 현장체험학습 신청을 자주 내 이로 인한 학습 공백으로 학습 능력이 부진했다”며 “하루는 학생을 가르치는 중에 B학생이 제 눈을 똑바로 쳐다보더니 ‘북대전 IC팔, 북대전 IC팔’이라고 반복적으로 말했다”고 했다. 북대전IC는 학생들 거주지 근처에 있다.

 

‘너 욕했니?’라고 묻는 A씨의 말에 해당 학생은 ‘그냥 북대전 IC를 얘기한 거예요’라고 답했다고 한다. A씨는 “너무 충격을 받아서 더 이상 가르치지 못하고 집에서 공부하고 오라고 했다”고 했다.

 

그러다 4인방 중 한 명의 학부모의 민원으로 결국 근무한 지 열흘 만에 그만뒀다. 당초 계약 기간은 12월 초부터 40일이었다.

 

A씨는 “한 학생이 짝의 손등을 심하게 꼬집으며 괴롭혀서 따로 불러 지도했는데 지도 과정에 대해 학부모가 민원을 제기했다”며 “당시 관리자로부터 관련 일에 대한 민원이 들어 왔고, 해당 일로 학부모가 기분 나빠한다고 전달 받았다”고 토로했다.

 

A씨는 정당한 지도였음에도 민원을 받았다는 것, 학생들로부터 교권침해를 당해도 교사로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더 이상 기간제 근무를 할 수 없다고 판단해 그만뒀다고 했다.

 

이윤경 대전교사노조 위원장은 “대전 초등학교 사건은 선생님이 당할 수 있는 모든 교권침해 사례를 모두 겪었다고 할 수 있다”며 “35년차 기간제 선생님도 감당하기 힘드셨을 만큼의 고통을 혼자 감내했다. 교권침해로부터 보호받을 장치가 없고, 선생님 혼자 싸우고 감내해야하는 현실이 지금도 전혀 달라진 것이 없어 안타깝고, 비통하다”고 했다.

 

정수경 초등교사노조 위원장은 “이 사건은 선생님 개인의 일로 치부하면 안된다”며 “학생 뿐 아니라 학부모까지 정당한 생활지도에 민원을 제기하면서 교사의 손발을 다 묶어 놓았는데 선생님을 보호해줄 장치는 전무했다. 교육현장이 선생님을 극단으로 몬 것”이라고 했다.

 

초등교사노조와 대전교사노조는 21일 오전 11시 국회에서 교육당국에 고인의 순직 인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대전=강은선 기자 groov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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