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DA 확대, 개도국 발전 지원 약속
동맹·우방국과 가치연대 강화할 때
윤석열 대통령이 오늘 새벽 제78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북·러 간 군사기술·무기 거래와 관련해 국제사회가 단합된 행동을 해야 한다면서 한국도 2024∼2025년 비상임이사국으로서 국제평화와 안보에서 원칙을 갖고 책임 있게 행동하겠다고 역설했다. 불량국가들의 세계평화 파괴행위에 대한 유엔제재에 대해 국제사회가 힘을 합쳐야 하고 우리나라도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뜻이다. 우리 정부가 그제 안드레이 보르소비치 쿨릭 주한 러시아 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초치해 북한과의 군사협력 움직임을 중단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준수할 것을 촉구한 것의 연장선이다.
윤 대통령이 북·러 간 위험한 거래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연대를 강조한 것은 의미가 크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얼마 전 북·러 정상회담 직전 모두발언에서 “러·북 간의 군사협력은 민감한 분야까지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혀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만약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필요한 포탄을 북한으로부터 제공받고 위성발사만이 아니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탄두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 등을 넘긴다면 한반도를 넘어 세계의 안보지형은 크게 흔들릴 것이다. 그런데도 쿨릭 러시아 대사는 그제 “군사협력은 근거 없는 추측”이라고 발뺌을 했다.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을 잠재우려는 의도이겠지만 이미 러시아의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우리 대통령실 관계자가 “북·러회담 몇 달 전부터 무기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밝히지 않았는가.
윤 대통령이 기조연설에서 국제사회의 도전과제 중 하나인 글로벌 격차 해소를 언급한 것도 호평을 받을 만하다. 윤 대통령은 개별 격차, 기후 격차, 디지털 격차 등 세 분야의 격차 완화를 위해 한국의 기여를 확대하겠다고 했다. 주요 8개국(G8) 진입을 목표로 하는 글로벌 중추국가라면 응당 해야 할 일이다. ODA(공적개발원조) 확대를 통해 개발도상국 국민들의 생활환경 개선, 글로벌 디지털 국제규범 구축 등의 성과를 낸다면 국격은 크게 높아질 것이다.
유엔총회 기조연설은 197개 회원국의 정상급 대표들이 비전과 철학 등을 담아 국제사회를 향해 내는 메시지다. 윤 대통령이 언급한 것 역시 국제사회 연대가 아니면 해낼 수 없는 과제들이다. 북·러 간 무기 거래도 당장 안보에 큰 위협이 되지만 우리 단독으로 대응하기는 쉽지 않다. 동맹·우방국을 중심으로 한 가치연대는 말할 것도 없고 국제사회와 공조의 폭을 넓혀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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