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격차가 ‘경제적 격차’를 의미한다고도 강조…디지털 전환 지원 언급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해 첫 번째 유엔총회 연설과 이번 연설의 가장 큰 차이는 ‘가짜뉴스’ 언급과 함께 이를 막지 못한다면 자유와 우리의 미래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를 포함한 대목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8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AI(인공지능)와 디지털의 오남용이 만들어 내는 가짜뉴스의 확산을 저지하지 못한다면, 우리의 자유가 위협받고, 자유민주주의에 기반한 시장경제가 위협받고 우리의 미래 또한 위협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대한민국은 디지털 질서의 바람직한 미래상을 구현하기 위한 디지털 권리장전을 조만간 제안할 것”이라고 밝혔다.
‘디지털 권리장전’은 디지털 접근성 확보와 디지털 격차 해소 등 디지털 포용을 넘어 누구나 디지털을 누릴 수 있는 보편적 권리로 규정하는 것을 말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해 윤 대통령의 뉴욕구상과 올해 1월 다보스 포럼 그리고 4월 미국 국빈방문 시 하버드대 연설의 후속 조치 일환으로 새로운 디지털 질서의 기본방향으로 범정부 차원의 ‘디지털 권리장전’을 마련하겠다고 5월 밝힌 바 있다. 디지털 심화의 비전과 목표, 추구해야 할 보편적 가치, 시민과 정부 등 주체별 권리와 책임 등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었다.
가짜뉴스의 미래 위협을 우려한 윤 대통령의 발언은 대한민국의 공적개발원조(ODA) 대폭 강화를 내세우는 과정에서 나왔다.
윤 대통령은 디지털의 고도화로 모든 문화와 사업이 디지털 기반으로 전환된다면서, 디지털 격차가 곧 경제적 격차를 의미한다고 짚었다. 이를 해소하는 것은 곧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신흥·개발도상국 등 의미)’ 문제 해결을 용이하게 할 거라면서다.
이에 윤 대통령은 “한국은 디지털 보급과 활용이 미흡한 나라들의 디지털 전환을 지원해 이들 국민이 교육, 보건, 금융 서비스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강력한 의지도 드러냈다. 이와 함께 유엔 내 국제기구 설립 지원과 AI 거버넌스 구축의 구체적 방향을 제시하겠다고도 부연했다.
지난해 임기 첫 번째 유엔총회 연설에서 윤 대통령은 ‘디지털 격차’가 국가 간 양극화를 가중한다며 디지털 기술 선도국가의 개도국 디지털 교육과 투자 필요성 등을 강조하기는 했으나 가짜뉴스는 언급하지 않았다.
나아가 유엔총회에서의 윤 대통령의 가짜뉴스 언급은 최근 비상경제민생회의 발언과 맞닿은 것으로도 비친다.
윤 대통령은 지난 1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20차 비상민생경제회의 겸 ‘대한민국 초거대 인공지능 도약회의’에서 AI와 디지털 역량이 산업의 수준을 좌우한다며 가짜뉴스에 관한 우려를 함께 내비쳤다.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전 세계 정치인을 만나면 가짜뉴스가 AI와 디지털을 이용해 빛보다 빠른 속도로 확산하면서 자유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우리 미래를 망칠 수 있다는 얘기를 한다”고 전했다.
여권이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와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의 ‘대장동 허위 인터뷰 의혹’을 대선 공작으로 규정하고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을 해치는 반국가적 범죄’라고 거세게 비판하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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