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되면서 헌정 사상 최초로 현직 제1야당 대표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이 열리게 됐다.
서울중앙지법은 국회로부터 체포 동의 의결서가 법원으로 송부되면 영장 담당 판사와 심사 일정 등을 지정할 계획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변수는 이날로 단식 22일째를 맞은 이 대표의 건강 상태다. 이 대표는 18일 단식으로 병원에 이송된 뒤에도 최소한의 수액 치료만 받으며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이 대표의 단식 상황과 맞물려 영장 심사 일정과 방식 등이 모두 달라질 수 있다.
단식 중인 이 대표가 영장심사에 출석하기로 결정할 경우 그는 입원 중인 병원에서 서울중앙지검을 거쳐, 서울중앙지법으로 출석할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영장심사를 열기로 하면 피의자를 심문 장소인 법원으로 데려오기 위해 구인영장(구인장)을 발부한다. 이 경우 검찰은 심사 당일 피의자 거주지로 수사관을 보내거나 검찰청으로 불러 법정으로 호송한다.
다만 피의자 신분이 확실하고 도주 우려가 없다면 피의자가 바로 법정으로 가도록 허락하는 경우도 있다.
2017년 3월 '국정농단 사건'으로 영장심사를 받았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검찰청 출석 없이 서울 삼성동 자택에서 바로 서울중앙지법으로 출석한 바 있다.
하지만 검찰이 142쪽 분량의 이 대표 구속영장 청구서 중 3분의 1을 할애해 그의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 등을 강조한 만큼, 이러한 방식을 허락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이 대표는 서울 중랑구 면목동 녹색병원에서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검까지 약 12㎞를 이동, 반부패수사1부(엄희준 부장검사) 관계자들의 호송을 받아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할 전망이다.
이 경우 다른 피의자들처럼 법정 앞에 취재진에게 심경 등을 밝힌 뒤 심사에 출석, 심사를 마친 뒤에는 서울구치소나 검찰청 내 구치감으로 이동해 심사 결과를 기다리게 된다.
일각에서는 장기간 단식으로 쇠약해진 이 대표가 영장심사에 출석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영장심사 도중 의료적 돌발상황이 발생하면 법정에서 적절히 대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방대한 혐의사실과 이를 전면 부인하는 이 대표 측 입장 등을 고려하면 심문이 장시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육체적 부담이 크다.
병약해진 모습으로 취재진 앞에 서는 것을 검찰의 '망신 주기'라 판단할 수도 있다. 이 대표는 2월 '위례·대장동 특혜 의혹'으로 검찰에 출석하면서 "공개소환은 회술레 같은 수치"라고 불편함을 드러낸 바 있다.
다만 만약 이 대표가 불출석할 경우 영장심사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지를 두고는 의견이 분분하다.
원칙적으로 영장심사에는 피의자 본인이 출석해야 한다.
앞서 2018년 3월 '다스 실소유 의혹'으로 수사받던 이명박 전 대통령이 "검찰에서 입장을 충분히 밝힌 만큼 법원의 심사에 출석하지 않겠다"며 불출석한 사례가 있다.
당시 이 전 대통령 측은 변호인단만 영장심사에 출석해 변론하겠다는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했지만, 법원은 "피의자 본인의 심문 포기 의사가 분명한 이상 심문 절차를 거치지 않겠다"며 서류 심사만 거쳐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은 따로 구인장을 발부하지 않았고, 서울 논현동 자택으로 찾아가 구속영장을 집행했다.
법조계에서는 이 대표가 이런 전례와 영장 발부시 정치적 타격 등을 고려하면 병상에 누워서라도 영장심사에 나올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실제로 2013년 성적 조작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김하주 영훈학원 이사장이 구급침대에 누운 채 출석한 전례도 있다.
다만 피의자가 출석하지 않는다고 해서 반드시 서면심사로 대체되는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법원 관계자는 "재판부 재량에 따라 변호인만 나올 수도 있고, 서면심사를 할 수도 있다"며 "출석 방식도 제한이 없어 누워서 심사를 받겠다면 그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언제 영장심사가 이뤄지느냐에도 변수가 많다.
체포되지 않은 피의자에 대한 영장심사 일정을 명시한 규정은 따로 없다.
법원은 '가급적 신속하게 기일을 지정한다'는 원칙에 따라 구속영장이 청구되면 보통 2∼3일 내에 심문기일을 연다.
이르면 내주 중에도 이 대표의 영장심사가 열릴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법원은 피의자의 사정에 따라 탄력적으로 기일을 조정하곤 한다. 최근에도 프로축구 입단 비리 사건 피의자가 모친상을 당하자 심사 일정을 미뤄준 사례가 있었다.
따라서 이 대표의 경우도 일단 기일을 잡은 뒤 건강 상태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해 심사 일정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서는 곧 추석연휴가 시작되는 점도 기일 지정에 고려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법원 관계자는 "기일 지정은 전적으로 담당 재판부의 재량이라 예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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