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 일가족 사망’ 경찰, 돈거래 내역 집중 추적

추락사한 40대 여성, 수억대 빚
지난 6월 투자사기 혐의로 피소
사망 전 기초생활급여 상담 받아
남편·딸 등 4명도 숨진 채 발견

경찰이 서울 송파구의 아파트와 빌라, 경기 김포의 호텔 등 세 곳에서 일가족 5명이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이들이 채권·채무관계로 얽혀 갈등 끝에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 중이다. 이들은 생활이 궁핍해지자 관할 구청에 복지 상담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지난 23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 한 아파트에서 추락사한 40대 여성 A씨와 송파동 한 빌라에서 숨진 채 발견된 A씨 남편 등 가족 3명의 구체적인 돈거래 내역을 추적 중이라고 24일 밝혔다. A씨는 평소 가족과 지인 등 주변에 돈을 빌려 달라거나 자신에게 투자하면 수익을 내주겠다고 권유한 것으로 파악됐다.

24일 오전 A씨 남편과 시가족 2명이 숨진 채 발견된 서울 송파구 송파동 빌라 앞 모습이다. 폴리스라인이 처져 있는 현관문 앞엔 수색 과정에서 뜯어낸 문손잡이와 유제품 배달함이 놓여 있다. 윤준호 기자

A씨는 지난 6월 주변인 3명으로부터 2억7000여만원의 금전적 손해를 보게 했다며 사기 혐의로 경찰에 고소당하기도 했다. 경찰은 A씨에 대한 조사를 아직 진행하진 않은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A씨가 수억원대 빚을 진 것으로 파악하고 돈을 빌려주거나 투자한 이들을 확인 중이다.

이날 A씨 남편과 시가 식구가 살았던 빌라 현관에는 A씨 남편 앞으로 나온 연체 채무금 추심 고지서들이 놓여 있었다. A씨 남편은 카드 대금 약 100만원이 밀려 있었고, 도시가스 요금은 이번 달 기준 15개월째 내지 않은 상태였다. 이 빌라는 A씨 친가 소유다. 남편의 가족은 최근 살던 집 보증금을 빼 A씨에게 건네고 이 빌라로 주거지를 옮긴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A씨가 금전 관계에 얽힌 사정이 최근 드러나자 스스로 목숨을 끊기로 했고, A씨 남편과 시가 식구 역시 같은 이유로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A씨 남편과 시어머니, 시누이 3명이 숨진 채 발견된 송파동 빌라에서는 남편과 시누이가 각각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유서가 나왔다. 여기에는 채권·채무 문제로 가족 간 갈등이 있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A씨는 전날 오전 7시30분쯤 친정으로 알려진 잠실동 한 아파트 옥상에서 떨어져 화단에서 발견됐다. 그는 현장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졌다. 소식을 들은 인근 주민들은 “잘사는 동네에서 ‘돈 문제’로 사람이 죽는 일이 발생해 허망하다”는 반응이었다.

경찰이 A씨의 동선을 따라간 결과 송파동 빌라에서 A씨 남편과 시어머니, 시누이 등 3명이, 경기 김포 한 호텔에서 초등학교에 다니던 A씨 딸 10대 1명이 각각 사망한 채 발견됐다. A씨 딸은 질식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A씨가 지난 22일 딸과 함께 투숙했다가 그다음 날인 23일 오전 혼자 호텔을 나선 사실을 확인했다.

A씨 일가족은 송파동 빌라로 전입하는 과정에서 송파구청에 기초생활보장급여를 받을 수 있는지 상담한 것으로 확인됐다. 소득·재산 등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일가족 5명 모두 복지 대상에 해당하지 않자, 이들은 신청을 포기한 것으로 파악됐다. 구청 관계자는 “(이들이) 설명을 듣고 ‘안 되겠구나’ 하고 생각해 신청하지 않고 갔다”고 설명했다.

윤준호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