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회식 참석차 중국을 방문한 한덕수 국무총리가 그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을 가졌다. 이달 초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 리창 중국 총리 간 회담 이후 16일 만에 다시 열린 양국 고위급 회담이다. 최근 북한의 잇따른 도발과 북·러 간 무기거래설이 구체화되는 상황에서 한·중 고위급 인사가 연이어 소통을 이어가는 것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긍정적 신호다.
회담은 30분 만에 끝났지만 의미는 작지 않다. 시 주석은 오찬장에 입장하면서 한 총리에게 “(한국에서 항저우까지) 비행기로 3시간이면 오냐”고 물었고, 한 총리는 “1시간30분 정도”라고 했다. 그러자 시 주석은 “양국은 가까운 나라구나”라는 취지로 화답했다고 한다. 언뜻 특별한 의미가 없는 일상적 대화로 보이지만 그만큼 부드러운 분위기에서 회담이 진행됐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시 주석은 한·중관계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뼈 있는 말’도 했다. 그는 “한국이 중국과 함께 중·한관계를 중시하고 발전시키겠다는 것을 정책과 행동에 반영하고 서로를 존중하며 우호협력의 큰 방향을 유지하길 바란다”고 했다. 특히 “중·한경제는 밀접하고 산업망과 공급망이 깊이 융합돼 양국이 상호이익을 심화해야 성과를 낼 수 있다”고 한 대목이 눈에 띈다. 지난 8월 캠프데이비드 회동을 통해 대중국 견제수위를 높이는 미국의 움직임에 동조해서는 안 된다며 견제구를 던졌다고 봐야 한다. 중국이 하고 싶었던 얘기가 이것이었을 것이다.
한·중관계는 최근까지 순탄치 않았다. 2016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이후 중국의 보복조치로 한국인의 반중정서가 팽배한 상황에서 양국 사이에 감정적 마찰 사례가 계속 발생했다. 중국이 6년5개월 동안 묶어두었던 유커(중국의 단체관광객)의 한국여행 제한이 해제되면서 양국관계가 호전되는 모양새이긴 하다. 이런 때에 한 총리·시 주석의 회담을 양국관계 복원의 계기로 삼아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특히 최근 북·러 간 무기거래설에 대해 중국이 북한을 두둔하지 않고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중국 발표문에는 없었지만 박근혜정부 시절인 2014년 7월을 마지막으로 한국을 찾은 시 주석의 방한 성사 여부도 중요하다. 한·미동맹, 한·미·일 협력이 가장 중요하지만 중국과의 관계를 잘 관리하는 것도 국익에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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