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타깃은 한국 사격의 불모지다.
대한사격연맹에 따르면 현역 남자 러닝타깃 선수는 총 6명으로 실업 선수 4명, 대학 선수 2명이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첫 '금빛 총성'이 남자 10m 러닝타깃 정상 단체전에서 나온 것이 놀라운 이유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금메달리스트 정유진(청주시청)도 한때 러닝타깃이 전국체전 정식 종목에서 빠지고 소속팀이 해체되면서 생업과 운동을 병행해야 했다.
정유진을 필두로 하광철(부산시청), 곽용빈(충남체육회)으로 구성된 대표팀은 25일 중국 항저우 푸양 인후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대회 사격 남자 10m 러닝타깃 정상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차지했다.
한국 사격이 아시안게임 10m 러닝타깃 단체전 종목을 제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물론 선두를 달리던 북한이 스스로 무너진 덕분도 있다.
하지만 우승이 멀어진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고 한 발 한 발 집중력을 쏟아붓지 않았다면 다가온 기회를 잡기란 불가능했을 것이다.
한국의 이너텐(Inner Ten·10점 정중앙)은 총 39차례로 5개 참가국 가운데 가장 많았다.
경기를 마치고 연합뉴스 기자와 만난 대표팀은 승리 요인으로 '러닝타깃에 대한 애정'을 먼저 꼽았다.
정유진은 비인기 종목에서도 끈기 있게 노력하는 원동력에 대해 "이 종목에 대한 욕심"이라며 "다들 끈질기고 악착같이 한다. 오늘도 (지고 있을 때) 포기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는데 다들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해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하광철은 "저희는 세계선수권이나 아시안게임에 '비빌 수 있는' 기록이 있다"고 자부하며 "저희끼리만 있다고 해서 퇴화하지 않는다. 계속 저희끼리 성장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또 다른 요인으로는 '끈끈한 팀워크'를 언급했다.
정유진은 "러닝타깃이 올림픽 종목에서 빠져 아시안게임 때만 만난다고 '아시안둥이'라는 별명이 있다"면서 "선수촌에서 2년 동안 합숙 훈련을 했다. 선수들이 많이 없는 데도 좋은 결과를 만든 친구들이 정말 대견스럽다"며 후배들을 토닥였다.
하광철(33)이 최고참인 정유진(39)과 막내 곽용빈(29) 사이에서 분위기 메이커를 맡는다고 한다.
하광철은 "예전에는 (사격) 표적이 돼지 모양이었기 때문에 '돼지 식구'로도 불린다"면서 "식구이기 때문에 사소한 것까지 다 알고 있다. 정말 친하고 편한 사이다"라고 말했다.
경쟁력과 팀워크로 똘똘 무장한 이들은 26일 남자 10m 러닝타깃 혼합 종목에서 또 한 번 '금빛 명중'에 도전한다.
러닝타깃은 사냥감처럼 옆으로 움직이는 표적을 맞히는 종목이다. 표적 속도가 일정한 정상 종목과 무작위로 속도가 달라지는 혼합으로 나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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