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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핵실험으로 협박하는 푸틴…어디까지 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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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10-06 22:00:00 수정 : 2023-10-06 18:0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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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트 중단 이어 CTBT 철회 카드
핵실험 재개할 경우 30여 년만
美·中도 핵실험 시설 보강하는 추세
전세계적 핵 증강 움직임 우려

개전 이후 두 번째 겨울이 코앞에 다가오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또다시 핵 위협 카드를 꺼내 들며 조급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미국과 핵 군축을 위해 맺은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뉴스타트) 참여를 지난 2월 일방 중단한 데 이어 5일(현지시간)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 비준 철회까지 언급하며 30여년 만의 핵실험 재개 가능성을 시사했다. 

 

러시아 관영 리아 노보스티 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소치에서 열린 크레믈궁 산하 국제문제 싱크탱크 ‘발다이 토론클럽’의 연례행사 연설에서 “핵무기 실험을 다시 시작하라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며 “우리가 실제로 핵실험을 재개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말할 준비가 되지 않았지만, 이론적으로 CTBT의 비준을 취소하는 것은 가능하다. 미국과 같은 방식으로 행동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1996년 유엔 총회에서 결의한 CTBT는 어떠한 형태나 규모를 막론하고 일체의 핵폭발 실험을 금지하는 내용이다. 미국과 러시아 모두 조약에 서명했으나 2000년 비준한 러시아와 달리 미국은 아직도 비준하지 않았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도 미국처럼 비준하지 않은 상태에 머무르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것이다.

 

러시아 국가두마(하원)도 이에 발맞춰 CTBT 비준 취소를 논의하겠다고 나섰다. 뱌체슬라프 볼로딘 하원의장은 6일 자신의 텔레그램에서 “다음 회의에서 CTBT 비준을 취소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며 “이는 아직 조약을 비준하지 않은 미국에 대한 상호 대응”이라는 푸틴 대통령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남부 소치에서 열린 발다이 토론클럽 제20차 연례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소치=타스연합뉴스

◆33년 만의 핵실험 재개?…커지는 ‘핵 증강’ 우려

 

1990년 이후 러시아 땅에서 핵실험이 실시된 적은 없다. 푸틴 대통령의 으름장이 현실화한다면 소련 붕괴 이후 처음으로 러시아에서 핵실험이 진행되는 격이다. 

 

이번에 꺼내 든 핵실험 카드가 단순히 푸틴 대통령의 ‘블러핑(bluffing·허세)’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적잖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교착 상태에 접어들면서 러시아 내부에서도 핵실험 재개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지난 2일에도 러시아 국영방송 RT의 보도국장이자 친정권 선동가인 마가리타 시몬얀은 “러시아가 서방에 최후통첩을 보내기 위해 시베리아에서 핵무기를 실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영국 타임스는 전했다. 

 

미국 미들베리 국제학연구소의 제프리 루이스 교수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핵 위협을 사용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를 점령하기 위해서 가능한 모든 것을 인질로 잡으려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는 실제로 최근 몇 년 동안 기존 핵 실험장에 새로운 터널을 파거나 저장시설 등을 건설했다고 지난달 미 CNN방송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뿐 아니라 미국과 중국 역시 수십 년 만에 최대 규모로 핵 실험시설을 보강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핵 보유 강대국인 미·중·러가 모두 핵전력 증강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길어진 전쟁으로 궁지에 몰린 푸틴 대통령이 앞장서 이같은 흐름을 부추기고 있는 모양새다. 미국은 1992년, 중국은 1996년 마지막 핵실험을 했다. 

 

유엔에 따르면 1945년부터 1996년 CTBT가 체결되기까지 약 50년 동안 전 세계에서 2000회 이상의 핵실험이 이뤄졌다. 미국이 1032회, 소련이 715회를 실시했다. 

러시아 벨고로드에서 발사된 미사일이 지난 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하르키우를 향해 날아오고 있는 모습. 하르키우=AFP연합뉴스

◆“신형 핵추진 미사일 최종 시험도 성공했다”는 푸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신형 핵추진 대륙간 순항미사일 ‘부레베스트닉’의 최종 시험 발사에도 성공했으며, 최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사르마트의 대량 생산 및 전장 투입도 얼마 남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부레베스트닉 미사일에 대해 “핵탄두를 탑재하고 저고도로 비행하는 스텔스 미사일로 사거리가 거의 무제한이며 궤도를 예측할 수 없다. 요격망을 우회할 능력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스카이폴’이라는 암호명을 붙인 이 미사일은 발사 이후 내부에 탑재된 소형 원자로에서 동력을 얻음에 따라 비행 거리와 작전 반경에 제한을 받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르마트는 최대 15개의 핵탄두 탑재가 가능하고 최대 사거리는 1만800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러시아의 차세대 ICBM이다. 

 

푸틴 대통령은 이같이 자국의 핵전력을 과시하며 “제정신인 사람이라면 누구도 러시아를 향해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안 기자 eas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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