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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R 검사 8만 원에… 코로나 의심돼도 ‘쉬쉬’

입력 : 2023-10-16 20:31:00 수정 : 2023-10-16 23: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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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급 감염병 하향’ 한 달 반

신속항원검사 2만∼5만원 수준
PCR, 최대 8만원까지 금액 올라
유급휴가 등 인센티브 되레 줄어
병원 “코로나 검사 거의 없어져”
‘증상 심각하지 않다’ 인식 확산
전문가 “정부 커뮤니케이션 실패”

직장인 정모(28)씨는 최근 몸살을 앓아 가정의학과 병원을 방문했다. 의사는 감기약을 처방해주며 “증상이 계속되면 집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자가검사를 해보라”고 권했다. 약을 먹어도 기침이 잦아들지 않자 정씨는 결국 코로나19 자가검사를 시행했다. 결과는 양성이었다.

 

그는 주말 동안 휴식을 취하고, 회사에는 확진 사실을 보고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회사에 알리면 그와 접촉한 팀원들이 전원 병원에서 검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정씨는 “이제 코로나19를 독감처럼 ‘앓고 넘어가는’ 감염병으로 인식하자는 추세인데, 증상도 없는 팀원들이 검사를 받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며 “코로나19 검사가 3만원으로 오르기까지 해서 그런 돈과 시간, 정신적 수고를 들이게 하기 싫었다”고 설명했다.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이 검체통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가 4급 감염병으로 하향된 지 한 달여가 지난 가운데, 코로나19 확진 사실을 주변에 알리지 않거나 검사 자체를 기피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검사비용이 많게는 10배 수준으로 급등하면서 비용에 대한 부담을 느끼는 데다 코로나19를 더 이상 ‘위험한’ 질병으로 여기지 않는 것이다.

 

16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8월31일을 기점으로 코로나19는 2급 감염병에서 4급으로 하향 조정됐다. 감염병은 신고 시기, 격리 수준에 따라 1~4급으로 분류된다. 4급은 가장 낮은 등급으로 독감 등이 포함돼 있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검사 비용이 급등했다. 기존에는 신속항원검사(RAT)를 진료비 5000원만 내고 받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비급여 항목이 되면서 병원에 따라 2만원에서 5만원이 소요된다. 유전자증폭(PCR) 검사의 경우 자가검사 양성일 경우 약 2만원이 들었지만, 현재는 6만∼8만원으로 금액이 올랐다.

 

시민들은 검사비 상향을 체감한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달 병원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는 또 다른 직장인 정모(30)씨는 “열이 39도까지 올라 병원에서 독감과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더니 5만6000원이 청구됐다”며 “몸이 너무 아파서 검사비가 더 저렴한 곳을 찾아볼 여력이 없었지만, 무료로 검사받던 시절을 생각하면 코로나19를 늦게 앓아 비싼 값에 검사받는 것 같아 억울했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 검사에 필요한 비용은 늘었지만 인센티브가 사라지면서 검사 자체를 기피하게 됐다는 목소리도 있다. 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이 나와도 유급휴가 지원이 종료돼 쉬지 못하기 때문이다.

서울 마포구의 한 내과 의사는 “코로나19 검사를 받는 환자들이 거의 없어졌다”며 “검사 비용에 부담을 느끼고 회사에 확인서를 제출할 필요도 없어져서 아예 코로나19 검사를 받지 않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4급 감염병 전환 이후 코로나19 감염을 드러내지 않는 문화가 형성된 데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격리 의무가 없어지면서 ‘코로나19는 별 거 아니야’ 식으로 접근한 건 정부의 커뮤니케이션 실패”라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코로나19를 독감처럼 보겠다고 하는데, 독감도 증상이 있으면 검사를 받고 양성일 경우 (집에서) 쉬면서 약을 먹는다”며 “코로나19는 독감보다 훨씬 전파력이 높기 때문에 남에게 전파시키지 않기 위해서는 유증상자들이 검사를 받고 쉴 수 있게 해야 했다”고 강조했다.


조희연 기자 ch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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