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 머스트잇·무신사도 효율적 자산 매각
코로나19 '팬데믹'을 3년여간 경험하며 온오프라인 기반의 체질 개선을 시도했던 유통 기업들이 엔데믹 이후 달라진 기업 환경에 발빠르게 대비하기 위해 자산 유동화에 나서고 있다.
오프라인 쇼핑 대기업인 롯데, 신세계부터 식품유통 대형업체인 CJ제일제당까지 비주력 계열사를 매각한다거나 오프라인 핵심 부동산을 파는 등의 자산 유동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고금리 시대에 높아진 재무 부담을 낮추는 목적의 '선택과 집중'을 꾀하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전략적 사업에 베팅하기 위한 투자 재원 마련에도 적극적인 모습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최근 브라질에 위치한 농축대두단백(SPC) 가공 자회사 'CJ셀렉타' 지분 전량을 미국 곡물기업 번지(Bunge) 자회사에 매각하기로 결의했다. 매각 금액은 4,800억원 규모다. CJ셀렉타는 2017년 8월 CJ제일제당이 2,800원을 투자해 인수한 이후 5년여만에 2배도 안 되는 값에 매각한 것이다.
셀렉타는 CJ그룹 인수되기 전 연매출이 2,000억원대 수준이었으나 지난해 매출이 1조원 이상으로 커졌다.
CJ제일제당은 앞서 지난 7월에는 중국에서 반찬류 등의 식품을 제조하는 자회사 지상쥐를 약 3,000억원에 매각했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를 겪으며 CJ CGV, CJ E&M 등의 엔터테인먼트 사업의 업황 개선이 더딘 상황에서 비주력 계열사를 처분해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온라인 쇼핑이 대세로 급부상하는 가운데, 업황이 악화된 오프라인 유통 채널들도 부동산 자산 매각까지 손대고 있다. 특히 권역별 요지에 백화점, 마트 등의 부동산을 보유한 롯데와 신세계 그룹이 적극적이다.
롯데의 경우 현재 유통 계열사 롯데쇼핑 산하의 롯데마트, 롯데백화점이 보유한 국내 10개 이상 부동산 자산 유동화 절차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그룹도 마찬가지다. 이마트의 경우 2021년부터 외형 확대 및 체질개선을 위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섰는데, 이로 인한 차입금 부담이 커져 최근 자산 유동화를 적극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마트는 지난 8월 신세계에 SSG푸드마켓 청담점·도곡점 부지 및 건물을 약 1,300억원에 양도해 현금을 확보하기도 했다. 지난 2021년에는 본사가 있었던 성수점 부지를 1조원 이상에 매각하기도 했다.
다만 롯데와 신세계는 일회성으로 자산을 유동화하기보다 매각 이후 점포를 리뉴얼해 기존 오프라인 매장과 차별화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커머스 기업들 중에서도 자산 유동화를 시도하는 곳도 일부 있다. 명품 플랫폼 머스트잇은 코로나19 영향에 명품 소비가 활황이던 2021년 강남 압구정 신사옥을 300억원에 매입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엔데믹으로 명품 소비가 줄고 해외여행 확대, 고물가 영향 등으로 실적이 악화되자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 9월 신사옥을 400억원대에 매각하고 임차 형태로 지속적으로 쓰기로 했다.
온라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도 최근 서울 성수동에 완공된 신사옥 '무신사 캠퍼스 E1'을 마스턴투자운용 측에 '세일 앤 리스백(매각 후 재임차)' 방식으로 1115억원에 매각했다. E1 건물은 무신사가 2019년 부지를 매입해 직접 신사옥으로 개발한 곳이다.
무신사는 신사옥 매각대금을 오프라인 투자 재원으로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온라인 패션 플랫폼으로 출발한 무신사는 엔데믹 이후 온·오프라인 쇼핑 경험을 확대하는 데에 주력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만 자체 브랜드(PB)인 무신사 스탠다드 오프라인 스토어로 동성로·성수·서면 등 3개 매장을 신규 오픈했거나 선보일 예정이다. 입점 브랜드 200여개 이상 제품을 보여주는 첫 오프라인 플래그십 스토어 '무신사 대구'도 오는 27일 대구 동성로에서 베일을 벗는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고금리와 고물가 영향으로 대외 경제여건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관련 업계에서는 기업들이 리스크에 대비하고 위기시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해 곳간을 채우려는 자산 유동화를 택하는 것”이라며 “적절한 시기에 높은 가치를 인정받아 효율적으로 자산을 매각하는 유동화도 효과적인 경영 수단으로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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