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로 이종석 헌법재판관을 지명했다. 대통령실은 “법치주의 실현에 기여하고 사법행정 능력도 검증된 분”이라고 평가했다. 이 후보자는 2018년 10월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추천 몫으로 6년 임기 헌법재판관으로 취임했다. 국회에서 임명동의안이 통과되면 재판관 임기인 2024년 10월까지 1년간 헌재소장을 맡게 된다. 윤 대통령은 새 대법원장 후보자도 속히 지명해 사법부를 정상화시켜야 할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 후보자 잔여 임기가 짧아 새로 취임하는 헌법재판관을 헌재소장으로 지명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이 후보자로 마음을 굳힌 것으로 전해졌다. 헌재소장은 재판관 중에서 임명하도록 헌법에 규정돼 있지만 임기에 대해서는 별도의 규정이 없다. 다만 2013년 처음으로 재판관 재직 중에 헌재소장이 된 박한철 전 소장이 재판관 잔여 임기 3년8개월만 채우고 물러나면서 관행이 됐다. 이 때문에 이 후보자가 헌재소장으로 취임하면 임기 종료 시점에 대통령이 또다시 헌재소장을 임명해야 한다. 헌재소장의 잦은 교체는 헌재 운영의 불안정을 가중시킨다. 입법 보완으로 바로잡아야 마땅하다.
이 후보자는 수원지방법원 수석부장판사, 수원지방법원장, 서울고등법원 수석부장판사 등을 지냈다. 원칙을 고수하는 보수 성향 법관이라는게 법원 안팎의 평가다. 이 후보자는 지난 2월 헌법재판관 9명의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됐던 더불어민주당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심판청구 당시 주심이었다. 게다가 서울대 법대 79학번으로 윤 대통령과 동기라는 점도 여소야대 국회의 벽을 넘는 데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민주당은 벌써부터 ‘윤 대통령 친구’라는 프레임으로 공세를 펼 기세다.
법률의 위헌 여부 판단, 고위 공직자의 탄핵심판, 정당해산 결정 등을 담당하는 헌재는 대법원과 함께 최고사법기관이다. 그런 만큼 국회는 인사청문 과정에서 이 후보자를 철저하게 검증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아니면 말고식의 폭로나 억지논리로 발목잡기해서는 안 될 일이다. 더구나 민주당 이재명 대표 방탄용으로 삼아선 곤란하다. 한 달 가까운 대법원장 공백사태도 하루빨리 종결돼야 한다. 국민 눈높이에 맞고 사법부 독립을 지켜낼 인사를 찾아내야 한다. 사법부가 정상화되지 않으면 재판 지연 등 그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야당도 잊어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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