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음악감상·운동 등서 활력 얻어 이겨야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우울증을 진단받은 환자 숫자가 2018년에 75만여명이었는데 이후 해마다 늘어 지난해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어섰다. 이 수치는 20대가 18만5942명(18.6%)으로 전 연령층에서 최다였다. 인생의 황금기인 20대에 우울증이 이렇게 많아진 건 여러 원인이 있을 테다.
대학에 입학해도 경쟁에 계속 시달리고 미래는 불안하다. 일자리는 줄고 취준생은 늘었다. 혼자 사는 청년도 흔해졌다. 일을 하지 않고, 혼자 살면 사회적으로 고립되기 쉽다. 소셜미디어로 관계 맺기를 주로 하는 청년은 더 위험할 수밖에 없다. 화려한 삶을 자랑하는 타인의 이미지에 자주 노출되면 상대적 빈곤감과 고립감은 깊어지고, 이것이 우울증을 부추긴다.
심리적 고통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게 된 것도 20대에서 우울증이 늘어난 이유다. 우울증을 방치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진료를 받게 됐다는 뜻으로 해석하면 긍정적 신호일 수도 있다. 그런데 20대 우울증이 정신과 진료와 상담만으로 완치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성인이 되었지만 자기 마음을 스스로 돌보는 기술을 제대로 연마하지 못했던 건 아닌지, 돌아볼 필요도 있다.
“스트레스를 이겨내는 자기만의 비법이 있나요?”라고 물었는데 우물쭈물하며 “그런 건 없어요”라고 답하는 이라면 현실의 고충이 우울증을 부르기 쉽다. 마음이 괴로우면 스마트폰만 멍하니 보며 누워 있게 된다. 술을 마시기도 한다. 알코올이 일시적으로 뇌를 자극하니까 잠시 기분이 좋아진 것처럼 여겨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상태는 오래가지 않는다. 얼마 안 가 기분은 더 나빠지고 ‘나는 왜 이렇게 한심한 걸까?’라는 부정적 생각만 깊어진다. 단기적으로는 부정적 기분을 줄여주지만 결과적으론 우울증을 악화시킨다. 이런 걸 두고 회피 행동이라고 한다. 회피 행동은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을 약화시키고 무력감을 키운다.
우울증 환자의 행동을 분석해보면 기쁨과 성취감을 주는 활동에 비해 우울증을 악화시키는 자기처벌적 행동의 비율이 일반인에 비해 더 높다. 마음이 힘들어도 친구와 수다도 떨고, 연인과 영화도 보고, 산책도 열심히 해야 하는데, 이런 활동은 하지 않은 채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라고 자기를 비난하면 우울한 기분은 우울증으로 깊어지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우울한 기분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라는 물음을 “나를 성장시키기 위해 더 많이 해야 하는 활동은 무엇이고, 중단해야 하는 행동은 무엇일까?”라고 바꿔보자. 기분이 나빠지면 ‘아, 이건 활동하라는 신호구나!’라고 해석하면 된다. 기분이 저조해졌을 때 실천에 옮길 활동 목록을 적어 책상 앞에 붙여두고 실천해보자. 산책하기, 반려견과 함께 놀기, 음악 감상, 가족사진 보기, 시장에 가 보기, 명상과 요가, 일기 쓰기, 그리고 날씨가 좋다면 뒷동산에 오르기. 무엇이든 좋다. 항우울제만큼이나 효과 좋은 치료법은 운동이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자유대 연구팀은 우울 및 불안장애를 앓고 있는 환자 141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16주간 항우울제를 복용하거나 일주일에 2회씩 45분간 뛰게 했는데 똑같은 치료 효과를 얻었다. 기분장애를 다루는 유명 의학 학술지에 이번 달 발표된 최신 연구 결과다.
스트레스 때문에 미칠 것 같다며 겁먹지 말고 한파에 내복을 입는 것처럼, 한여름에 선크림을 바르는 것처럼 자기 마음을 지켜주는 항우울제 같은 활동을 약처럼 준비해두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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