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눈치 보는 국회도 기대 어려워
尹대통령이 결단해야 해법 찾을 듯
국민연금 개혁이 헛돌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어제 ‘더 많이 내고 더 늦게 받는’ 방향을 담은 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국민의 가장 큰 관심사인 내는 돈(보험료율)과 받는 돈(소득대체율), 수급 시기 수치가 쏙 빠져 ‘맹탕’, ‘빈 수레’라는 비판이 거세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정부가 국회에서 사회적 논의가 충실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며 국회로 공을 떠넘겼다. 정부가 단일안을 내고 국민을 설득해도 모자랄 판에 책임을 회피하는 모양새라 답답하다. 2018년 4가지 개혁안을 국회에 던져놓고 손을 뗀 문재인정부의 전철을 밟고 있다는 우려가 벌써 나온다.
정부 안에는 세대별 형평성을 기하기 위해 보험료율 인상속도를 연령에 따라 차등하는 방안이 담겼다. 예컨대 5%포인트 인상 때 40∼50대는 5년 만에 1%포인트씩 올리고 20∼30대는 0.5%포인트씩 10년에 걸쳐 인상하는 식이다. 그런데 인상률 자체가 오리무중이니 공허하다. 소득대체율과 수급개시연령도 기초·퇴직 등 다른 연금과의 연계·통합 같은 구조개혁과 고령자 고용여건 등과 함께 논의하겠다고 한다. 알맹이 없이 변죽만 울리는 개혁안으로는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
정부가 기금 수익률을 1%포인트 이상 올리겠다고 하니 다행이다. 현재 기금규모가 1280조원이니 수익이 해마다 12조원 이상 늘어나고 기금소진 시기도 5∼8년 늦출 수 있다. 그 방안으로 자산 배분권한을 기금운용본부로 옮기고, 해외투자·대체투자(부동산·인프라) 확대 등도 제시됐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 정부의 장차관과 사용자, 노조대표 등이 참여하는 최고의사결정기구 기금운영위원회의 지배구조를 전문가 위주로 확 바꾸는 게 옳다.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선 기금운용본부를 서울로 복귀시키고 중복감사 경감 및 성과급 파격 확대 등 특단의 대책이 시급하다. 기금운용에서 정부와 정치권의 입김을 차단해 최고의 전문가가 돈을 잘 굴려 국민 노후자금을 키우겠다는데 누가 반대할 수 있겠나.
이달 말 정부 안을 넘겨받는 국회도 미덥지 않다. 국회는 작년 10월 연금개혁특위를 1년 시한으로 출범시켜놓고 손 놓고 있다가 활동기한을 총선 뒤인 내년 5월 말까지 연장했다. 여야는 공론화위원회와 이해관계자위원회를 통한 여론수렴을 핑계로 댔지만 표 떨어지는 걸 두려워해서다. 지난 3월 5차 재정 추계에 따르면 이대로 가면 2041년 적자로 돌아서고 2055년 완전히 고갈되는 재앙을 피할 수 없다. 1990년생이 연금을 받을 때가 되면 기금이 한 푼도 남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이 개혁을 미루는 건 미래세대에 ‘연금 폭탄’을 안기는 무책임한 행태다.
연금개혁은 세대·진영 간 갈등이 큰 사안이고 국민에게 고통을 감내하자고 설득하는 일이다. 인기가 없어도 연금을 포함한 3대개혁을 완수하겠다고 약속한 윤석열 대통령이 결단해야 한다. 국회도 “21대 임기 안에 연금개혁을 끝내겠다”는 약속을 지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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