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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김정은까지 출몰한 ‘왁자지껄’ 홍대…불 꺼진 이태원은 눈치만 [밀착취재]

입력 : 2023-10-29 13:36:14 수정 : 2023-10-29 16:5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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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대신 홍대로…상반된 핼러윈 맞이

축제 분위기 홍대, 코스프레한 이들로 북적
“작년엔 왜 통제 안했나” 이태원 주민 분통
이태원 참사 1주기를 하루 앞둔 28일 밤 서울 마포구 홍대 거리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등 핼러윈 코스튬을 한 이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원래 이태원으로 핼러윈을 즐기러 갔는데 올해는 홍대로 놀러왔어요. 사진도 많이 찍었어요.”

 

이태원 참사 1주기 전날인 28일 밤, 핼러윈을 앞두고 주말을 즐기려는 인파가 이태원이 아닌 홍대 거리로 몰렸다. 자정 무렵까지 왁자지껄한 분위기가 이어지던 홍대와 달리 이태원 일대에는 종일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엄숙한 행렬이 이어졌다.

이태원 참사 1주기를 하루 앞둔 28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 세계음식문화거리(왼쪽)가 한산한 모습을 보인 반면 인근 홍대 거리(오른쪽)는 붐비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오후 8시쯤 서울 마포구 홍대 일대는 친구, 연인, 가족 등과 핼러윈을 앞둔 주말을 만끽하러 나온 인파로 붐볐다. 외국인 무리도 여럿 눈에 띄었다. 이태원 참사를 의식한 듯 떠들썩한 축제 분위기는 아니었으나 모두 들뜬 표정으로 조심스레 핼러윈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일부 주점은 호박 랜턴과 거미줄 등 핼러윈 장식을 내걸었고, 핼러윈 분장을 한 종업원들이 호객 행위를 하기도 했다. 술집 등은 만석이 돼 대기줄도 이어졌다.

 

핼러윈의 묘미인 코스프레를 한 이들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눈과 입에 빨간 물감을 칠하고 뿔 머리띠를 쓰는 등 악마 분장을 한 이들이 가장 많았고, 메이드복을 입은 여성이나 군복을 입은 남성,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따라 한 남성도 보였다. 친구와 함께 왔다는 심모씨는 “원래는 이태원을 가볼까도 생각했지만 추모도 계속되고 있고 그래서 홍대로 왔다”며 코스프레를 한 이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여러 장 보여주기도 했다.

 

코스프레를 한 이들을 중심으로 ‘즉석 포토존’이 만들어지며 순간 인파가 몰리기도 했으나 곳곳에 경찰과 구청 관계자 등 인파 관리 인력이 배치돼 우려스러운 상황은 연출되지 않았다. 이날 홍대에는 혹시 모를 안전 우려를 대비해 경찰, 구청, 소방 등 관계기관이 총력 대응에 나섰다. 경찰은 주요 거리에 안전 펜스를 설치해 시민들이 뒤엉키지 않고 양방향으로 오가도록 안내했고, 곳곳에는 경찰기동대 버스와 안전사고 예방을 강조하는 문구가 적힌 방송차량이 배치됐다. 거리 중간에는 마포구의 핼러윈 합동상황실도 마련됐다. 시민들도 불편한 기색 없이 경찰 등의 안내에 따랐다.

이태원 참사 1주기를 하루 앞둔 28일 밤 서울 마포구 홍대 거리가 붐비는 모습.

 

쉴 새 없이 인파가 이동하던 홍대와 달리 이태원의 거리는 비교적 차분한 편이었다. 해밀톤호텔 앞 사거리에선 경찰들이 교통 안내를 했고, 이태원역 1번 출구 인근 양방향 2개 차로는 약 200m 구간이 통제됐다. 이태원역 인근 역시 시민들로 북적이기는 했으나 핼러윈을 즐기러 온 이들이 아닌 주말을 즐기러 나온 시민이나 추모객 등이 주를 이뤘다.

 

‘이태원 핼러윈’ 분위기를 이끌었던 세계음식문화거리는 특히 더 한산했다. 음식거리로 이어지는 통로이자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골목길로는 출입이 제한돼 시민들이 골목길 초입에서만 애도를 이어갔다. 음식거리 한가운데에 세워진 질서 유지선이 무색하게도 유동인구는 많지 않았다. ‘임대문의’를 내걸고 불 꺼진 상점들도 보였다. 상인 등은 분위기를 끌어올리려는 듯 밝은 노래를 틀었으나 가게 안은 해가 저물고 나서도 손님이 거의 없는 모습이었다.

 

얼핏 봐도 핼러윈을 즐기는 이들보다 순찰 중인 경찰과 형광 조끼를 입은 용산구 공무원이 더 많았다. 핼러윈 코스프레를 한 이들도 거의 찾을 수 없었다. 지난해와 달리 인파 관리가 철저히 이뤄지며 상인과 시민 등이 눈치를 보는 모습이 이어지자 분통을 터뜨린 시민도 있었다.

이태원 참사 1주기를 하루 앞둔 28일 밤 참사가 발생했던 서울 이태원 해밀톤호텔 옆 골목의 출입이 제한되고 있다.

 

한 중년 여성은 야외테이블에 앉아있던 청년 무리에게 “어서 놀라”며 확성기를 들고 소리를 치다 경찰과 충돌을 빚기도 했다. 이태원이 고향이라는 권모씨는 “작년에 사고를 직접 목격하기도 했다. 작년에는 관리를 거의 안 하다가 사고가 난 후에야 이렇게까지 과하게 통제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이 정도로만 관리했어도 작년에 그런 사고는 안 났다”며 “이태원은 핼러윈 때마다 항상 전국 각지에서 모이는 즐거운, 상징적인 공간이었는데 젊은 애들의 웃음소리가 사라졌다. 상인들 곡소리만 난다. 나를 포함해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태원 한 음식점의 점주 역시 “작년, 재작년 핼러윈 시기와 비교했을 때 매출이 거의 나지 않는 편”이라며 “조용한 애도도 의미 있지만, 예전의 활기찼던 이태원의 모습으로 어서 빨리 돌아갔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털어놨다.

 

한편 서울시에 따르면 이태원에는 27일 오후 10시 기준 1만2000명, 28일 19시 1만4000명이 모였다. 반면 홍대 인근에는 27일 오후 10시 기준 8만명, 28일 19시 기준 9만명으로 상대적으로 많은 인파가 몰렸다.


글·사진=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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