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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 실망" 성난 유대인에 숄츠 총리 "그게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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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10-30 15:25:21 수정 : 2023-10-30 15:2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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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유엔총회 휴전 결의안에 기권표 던져
유대인들 "미국처럼 반대했어야지…" 분노
숄츠 총리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 변함없어"

유엔총회의 이스라엘·하마스 휴전 촉구 결의안 표결 당시 독일이 기권표를 던진 데 따른 후폭풍이 심상치 않다. 해당 결의안은 최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의한 이스라엘 기습 공격을 비난하는 내용이 담기지 않아 이스라엘의 불만을 샀다. 독일 내 유대인들 사이에서 반발이 확산하자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진화에 나섰으나 성난 민심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모습이다.

 

29일(현지시간) 나이지리아를 방문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30일(현지시간) dpa 통신에 따르면 독일 유대인중앙협의회 요제프 슈스터 회장은 이날 독일 신문 ‘빌트’와의 인터뷰에서 유엔총회와 관련해 독일 정부가 보인 행태를 맹비난했다. 독일은 지난 27일 열린 유엔총회의 이스라엘·하마스 휴전 촉구 결의안 표결 당시 기권표를 던졌다. 독일과 더불어 이스라엘의 가장 강력한 우방을 자처하는 미국이 반대표를 던진 것과 대조적이다.

 

슈스터 회장은 “유대인에 대한 증오와 이스라엘에 대한 적대감이 독일에서 다시 불붙고 있다”며 “최근 몇 주 사이에 독일이 이렇게 변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독일 내 유대인 사회가 격분한 것은 해당 결의안에 이스라엘 민간인을 겨냥한 하마스의 테러를 비난하는 내용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입장에선 잘잘못을 가리지 않고 무조건 휴전부터 하고 보자는 그릇된 방향의 결의안인 셈이다.

 

이스라엘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휴전 촉구 결의안은 찬성 140표, 반대 14표, 기권 45표로 가결됐다.

 

표결 이튿날인 28일 론 프로소르 주(駐)독일 이스라엘 대사 역시 독일 정부를 성토했다. 프로소르 대사는 “독일의 기권에 실망감을 느낀다”며 “이스라엘은 유엔에서 독일의 확고한 지지를 원한다”고 말했다.

 

수세에 몰린 숄츠 총리는 정부의 결정을 적극 옹호하고 나섰다. 아프리카 나이지리아를 방문 중인 숄츠 총리는 29일 현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독일은 현 상황에 적합한 유엔총회의 현실적인 결의안을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했다”며 “하지만 그러한 노력이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에 기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마스가 저지른 이스라엘 민간인 살해를 비난하는 내용을 결의안에 넣고자 애썼으나 불발에 그친 만큼 기권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형식은 ‘기권’이나 실제로는 ‘반대’에 해당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미국, 오스트리아, 체코, 헝가리 등이 “하마스의 테러를 비난하는 문구가 빠졌다”며 결의안에 반대한 점을 감안하면 독일의 해명은 다소 군색한 것이 사실이다.

 

지난 27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이스라엘 지지자들이 텅빈 식탁을 차려놓은 채 하마스에 납치된 인질들의 조속한 석방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숄츠 총리는 유엔총회 표결과 상관없이 이스라엘에 대한 독일의 지지는 계속될 것이란 점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이스라엘이 자국의 안보를 지킬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분명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은 과거 히틀러의 나치가 집권하던 시절 유대인을 학살한 흑역사가 있다. 나치 독일은 1939년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이래 전쟁이 끝날 때까지 점령지 곳곳에서 유대인들을 참혹하게 살해했다. 전쟁이 종반으로 치달으며 유대인들은 강제수용소에 보내져 수감 생활을 하다가 가스실에서 생을 마감하기도 했다. ‘홀로코스트’로 불리는 나치 독일의 유대인 학살로 2차대전 기간 약 600만명의 유대인이 희생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홀로코스트에 대한 죄책감 때문인지 독일은 그간 국제사회에서 이스라엘을 적극 지지해왔다. 이스라엘 역시 그 어떤 나라보다 독일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dpa 통신은 “나치의 홀로코스트 범죄를 계기로 독일 정치인들은 ‘이스라엘과 유대인들 전체의 안전에 대해 독일은 특별한 책임이 있다’는 언급을 종종 해왔다”고 소개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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