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오늘 국회 시정연설을 한다. 올해 시정연설은 정부의 내년 나라살림 설계도를 대통령이 국민에게 직접 설명하는 자리라는 점 외에도 각별한 의미가 있다. 여야가 국회 회의장 내에서 비방 피켓 시위를 하지 않고 상대를 향한 고성과 야유도 금지하기로 한 신사협정이 지켜질지를 확인할 수 있는 첫 시험대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여야의 극한 대치로 국회 회의가 물리적 충돌과 파행으로 얼룩졌던 적이 많았던 만큼 모처럼 맺은 신사협정이 지속되기를 기대한다. 이번 시정연설이 여야 협치로 이어지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시정연설에 앞서 국회의장실에서 진행되는 5부 요인·여야 지도부 환담 자리에 참석키로 한 건 당연하다. 지난해엔 민주당이 야권을 향한 검찰과 감사원의 수사·감사 등에 반발해 시정연설을 보이콧하며 소속 의원 전원이 피켓을 들고 침묵시위를 했고 이 대표는 사전 환담 자리에도 불참했다. 하지만 신사협정이 지켜질지 불안한 것도 사실이다. 민주당이 윤 대통령에게 시정연설에서 ‘경제 실패·민생 파탄’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라며 공세를 펴고 있어서다. 이 대표는 어제 “국정 기조의 전면적 전환이 있다, 생각이 바뀐 것 같다고 평가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압박했다. 민주당은 대통령 시정연설이 순조롭게 진행되도록 약속을 지켜야 마땅하다.
민주당의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과 방송3법 강행 처리 여부도 신사협정이 지속될지를 판가름할 사안이다. 민주당은 다음달 초 국회 본회의에서 두 법안을 처리한다는 방침이지만 여당은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사회적 논의도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노란봉투법은 불법 파업을 조장하고, 방송3법은 공영방송의 중립성을 흔든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민주당이 두 법안을 밀어붙인다면 여야의 극단적 대치가 재연될 건 불을 보듯 뻔하다. 민주당은 끝까지 대화와 협의를 이어나가야 한다.
윤 대통령은 어제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실의 현장 방문을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국민과 직접 소통하는 시스템으로 정착시킬 것”이라고 했다. 국민과의 소통도 중요하지만 야당과의 소통에도 신경써야 한다. 협치의 가장 큰 책임은 대통령과 여당에 있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사전 환담 자리에서의 만남이 두 사람의 공식적인 회동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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