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격 선수 출전을 놓고 포항 스틸러스와 전북 현대가 각자의 입장을 강하게 내세우고 있다. 전북은 심판과 구단의 잘못으로 벌어진 일이기 때문에 몰수패가 아니냐고 주장하고 있지만 포항은 모든 교체는 심판이 주관하며 구단은 여기에 개입할 수 없는 만큼 몰수패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맞서고 있다. 각자의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에서 두 팀은 4일 경북 포항스틸야드에서 대한축구협회(FA)컵 결승에서 맞대결을 펼친다.
K리그1 막바지 순위경쟁이 치열했던 지난달 2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는 포항과 전북의 맞대결이 펼쳐졌다. 당시 경기에서 전반 23분 포항 수비수 김용환이 발목 통증으로 그라운드 밖을 빠져나갔다. 이때 포항은 ‘김용환(3번) 대신 신광훈(17번)을 투입할 계획’이었지만 심판에게 실수로 ‘7번(김인성)을 빼고 17번을 넣겠다’고 통보했다. 심판 역시 ‘김용환을 교체할 것’이라고 확신한 나머지 ‘김인성이 그라운드를 빠져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신광훈을 투입했다. 교체 이후 6분이 지나자 전북 벤치에서 항의가 나왔다. 교체 통보를 받은 7번 김인성이 여전히 그라운드에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전북은 “공식경기에 무자격 선수가 출장한 것이 발각돼 경기 종료 후 48시간 내 이의신청을 받았을 경우 해당 클럽은 0-3으로 패한 것으로 간주한다”고 명시된 한국프로축구연맹 규정 제20조 2항에 따라 몰수패를 주장했다. 여기에 김용환이 그라운드 밖에 있었지만 기록지 상 포항은 분명 12명이 그라운드에서 뛰던 상황이었다.
전북 관계자는 “법률검토를 거쳐 우리의 입장을 연맹에 충분히 전달한 상태”라며 “연맹의 결정만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포항은 명단을 잘못 적은 실수는 인정하지만 선수교체에 대한 모든 것은 심판에 의해 주관되기 때문에 대응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맞섰다. 의도한 바와 다르게 김인성의 번호를 적어 냈지만, 심판이 이를 정확하게 인지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문제라는 주장이다. 포항 관계자는 “심판이 선수에게 나가라고 고지하지 않은 상황에서 선수가 퇴장하는 것도 문제인 데다가 만약 선수가 교체거부권을 행사했을 경우 벤치의 의견을 들어보거나 경고를 주면 됐을 일”이라고 반박했다.
양측의 주장이 첨예하게 갈리는 상황에서 우선 심판들의 징계가 확정됐다.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회는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심판평가 소위원회를 열고 이 경기에서 벌어진 ‘교체 절차 준수 위반’과 관련해 해당 경기를 주재한 심판원 6명(주심, 대기심, 제1부심, 제2부심, 비디오판독(VAR) 심판, 보조 VAR 심판) 전원에게 잔여 시즌 배정을 정지하는 행정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몰수패 여부는 이번 주 이후에야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연맹은 논란을 일찍 털어버리고 싶은 눈치지만 공교롭게도 포항과 전북이 FA컵 결승에서 만나기 때문이다. 연맹 관계자는 “관련 결정이 나오면 FA컵을 앞둔 두 팀의 경기력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나오더라도 FA컵 결승이 끝난 뒤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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