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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60% “근로시간 확대 ‘부정적’“…OECD “韓, 일터에서 너무 오랜 시간 보내”

입력 : 2023-11-08 11:21:15 수정 : 2023-11-08 11:2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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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장시간 노동 문화, 일과 가정의 양립을 어렵게 만들고, 이로 인해 여성 고용률 OECD 평균 밑돌아” 지적
게티이미지뱅크

국민 10명 중 6명은 주 최대 52시간이 넘는 근로시간 확대가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일을 오래 하는 나라로 손꼽힌다.

 

한국의 전체 임금근로자 1인당 연간 실근로시간은 2022년 기준 무려 1904시간에 달한다. 같은 기간 OECD 평균 실근로시간은 1767시간에서 1719시간으로 줄었다.

 

해외 선진국은 주 4일제를 시범 도입해 운영 중이다. 국내서도 몇몇 대기업이 주 4일제 근무를 시행중인데, ‘단순 장시간 근로가 생산성을 높이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 등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앞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주 4일제를 언급한 바 있다.

 

반면 윤석열 정부는 근무시간을 주 69시간으로 연장하는 근로시간제도 개편을 주장하는데 지난 3월 이같은 내용의 개편안 발표해 거센 역풍을 맞고 오는 13일 새로운 개선안을 발표한다.

 

단순 주 69시간을 5일 근무 기준으로 하면 하루에 무려 13.8시간이나 일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다만 매주 69시간 일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지금 시행중인 주 52시간 근무제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상황, 법으로 69시간 근무를 허용한한다면 이를 악용한 사례가 많을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이에 지금도 장시간 근로에 시달리는 근로자들은 정부와 고용노동부를 향해 “너나 해라 주 69시간” 등의 목소리를 높이며 반발하는 것이다.

 

실제 한국노총이 발표한 여론 조사 결과에서도 국민 절반 이상이 반대 입장을 드러냈다.

 

한국노총은 지난 달 30∼31일 여론조사기관 에스티아이에 의뢰해 전국 18∼59세 남녀 1000 명을 대상으로 윤석열 정부 노동정책에 대한 여론조사(95%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 ±3.1%포인트)를 실시한 결과를 8일 발표했다.

 

결과에 따르면 “정부가 주 최대 근로시간을 최대 69시간까지 확대하는 내용의 근로시간 개편안을 다시 추진하는 것”에 대한 견해를 묻자 3명 중 2명인 66.0%가 ‘반대’했다. ‘찬성’은 29.6%에 그친다.

 

또 “주 최대 근로시간이 52시간을 초과할 수 있도록 연장 근로시간을 확대하는 것이 노동자의 일과 생활의 균형을 실현하는 데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엔 ‘부정적’(‘매우’ 47.4%·‘약간’ 13.1%)일 것이라는 응답이 60% 이상이었다.

 

반면 ‘근무시간을 노사 합의로 조정할 수 있는 유연근무제의 확대’에 대해선 ‘긍정적’인 영향을 예상한다는 응답이 61.1%로, ‘부정적’(33.3%)이라는 의견보다 많았다.

 

한국노총은 “이번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52.8%가 부양가족수, 근속연수, 경력 등과 관계없이 직무 및 성과에 따라 임금을 받는 ‘직무·성과급 임금체계’ 도입에 반대했다”고도 전했다.

 

그러면서 “오랜 시간에 걸쳐 현장에 뿌리내린 노동시간과 임금체계 등의 개편을 추진하려면 노·사가 충분한 논의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한 이후 사회적 합의 절차 등을 거쳐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OECD에서 30년간 가족 정책을 연구해온 윌렘 아데마 수석연구원이 최근 한국의 저출산을 주제로 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KBS보도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회원국 평균이 여성 한 명당 1.6명이지만 한국은 최하위권으로 나타났다.

 

두 번째로 출산율이 낮은 나라는 스페인으로 1.2명인데, 한국은 끝에서 2등과도 상당한 격차를 드러낸다.

 

아데마 연구원은 먼저 한국의 장시간 노동 문화를 저출산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한다.

 

한국인은 대부분의 OECD 국가 근로자보다 유급 노동에 더 많은 시간을 소비하는데 아데마 연구원은 △한국 근로자가 대부분의 다른 OECD 회원국 근로자보다 출퇴근에 더 많은 시간을 소비하는 점 △많은(주로 정규직) 근로자들이 퇴근 후 일주일에 몇 번씩 저녁에 동료들과 사교 활동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점에 주목했다.

 

장시간 근로에 이런 요인들 더해져 출산율 저하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그는 또 한국의 장시간 노동 문화는 일과 가정의 양립을 어렵게 만들고, 이로 인해 여성 고용률이 OECD 평균을 밑돌고 있다고도 분석한다.

 

한국은 여성이 노동시장에서 출산과 육아 등으로 일정 기간을 벗어난 후 정규직으로 복귀하는 것이 어렵다. 정규직에서 여성의 비율이 낮기 때문에 한국은 OECD에서 성별 임금 및 고용 격차가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다.

 

그 결과 이른바 경단녀 여성은 임시직이든 시간제이든 비정규직에 종사할 가능성이 남성보다 훨씬 더 높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2016년 기준 한국의 성별 임금 격차는 35% 이상 나, 15% 미만인 OECD 회원국의 두 배 이상이고, 전체 OECD 회원국 중에서 가장 높다.

 

아데마 연구원은 모든 OECD 국가에서 임시 고용 비율이 증가하는 국가에서 출산율이 감소하는 현상을 목격했다고 강조한다.

 

아데마 연구원은 한국의 저출산 현상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그러면서 “드라마틱한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여전히 한국 노동 시장에는 장벽이 존재하며, 한국 정부가 이러한 장벽을 줄일 수 있을지는 불투명해 현실적으로 고용주와 노조 모두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는 가족 친화적인 직장 문화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어 가장 중요한 건 일과 가정을 병행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게 하는 사회 분위기라고도 강조했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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