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세법 새 개정안이 발의됐다. 증류주에 종량세 도입을 추진한다는 내용이다. 기존 증류주는 종가세, 가격에 주세가 붙다보니 고부가가치 원료를 사용할 때마다 주세까지 가중되니 좋은 술을 만들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래서 한국의 증류주는 원재료를 최대한으로 낮춘 희석식 소주가 절대 다수를 차지하게 된 것.
만약 종량세로 바꾸면 가격에 주세가 붙는 것이 아닌 ‘양’에 주세가 붙는 만큼 원재료값이 높아도 주세는 같아진다. 즉 기업 입장에서 R&D 비용 및 디자인, 고가의 원재료 등에 대한 부담감이 상당히 줄어드는 것이다. 한국에도 고급 증류주 시장이 대폭 넓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그래서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 등 10인이 최근 한국 내 좋은 증류주를 만들기 위한 종량세를 국회에 발의했다. 취지는 좋다. 문제는 이 개정안으로 인해 다른 곳에서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수입 농산물을 사용해도 주세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돼 있다. 현재 주세법에 따르면 50% 주세 감면 혜택을 받고 있는 것은 전통주 영역 뿐이다. 무형문화재, 식품명인, 그리고 지역의 농산물을 이용한 지역특산주만 해당된다. 모두 전통을 보존하고 지역 경제와 농업을 살린다는 의미로 주세 감면 혜택이 주어졌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에는 ‘국내중소제조기업’ 부분을 신설해, 굳이 국산 농산물을 사용하지 않아도 주세 감면을 받을 수 있게 해놨다. 즉, 국산 농산물에게만 주던 혜택이 사라진 것이다.
문제가 하나 더 있다. 기존 주세 50% 감면 혜택은 8조 3항에 의거 전통주 업체는 고작 100㎘까지만 주세 50% 감면을 받는데, 8조 4항을 신설해 국내중소제조기업은 3000㎘까지 주세 50% 감면 혜택을 주기로 했다. 그 결과 대기업을 위한 법안 개정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올해 경기 파주에 농업회사법인 미음넷증류소를 창업한 송충성 대표는 “골든블루 등 위스키를 준비 중인 신세계나 롯데 등 대기업, 화요 정도의 중견기업, 신규로 증류주 제조 시장에 들어올 중견기업 정도가 가장 많은 혜택은 받게 된다”며 “이번 개정안이 위스키를 살리자고 전통주를 죽이는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또 송 대표는 “주세 감면 혜택은 지역의 농산물을 사용해 지역 경제에 공헌하기 위해 시작한 것인데, 수입 원료를 사용함에도 주세 감면 혜택을 주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만약 개정안이 그대로 통과한다면 수입 원료와 경쟁하는 지역의 작은 전통 증류주 업체는 대량으로 원료를 수입해서 만드는 증류주와 경쟁할 수가 없고, 이제 막 주목을 받기 시작한 한국의 증류식 소주의 다양성마저 위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주류문화칼럼니스트이자 세종사이버대 바리스타&소믈리에학과 명욱 교수도 “개정안은 전통주 업체의 입장을 덜 반영한 듯한 개정안”이라며 “농업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지역의 농산물을 사용하는 주류 업체에게만 주세 감면 혜택을 주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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