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보리의 모든 대북제재 결의 존중돼야"
한국을 국빈으로 방문한 세르조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이 비무장지대(DMZ) 판문점을 찾아 유엔군사령부 장병들을 격려했다. 이탈리아는 6·25전쟁 당시 한국에 의료지원을 제공한 참전국이다.
10일 유엔사에 따르면 마타렐라 대통령은 지난 8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방문해 유엔사 군사정전위원회(MAC)와 유엔사 경비대대로부터 유엔사의 중요한 임무에 관해 보고를 받았다. 앤드류 해리슨 유엔사 부사령관(영국 육군 중장)이 마타렐라 대통령을 영접했다.
유엔사 측은 올해가 6·25전쟁 정전협정 체결 70주년이란 점을 상기시키며 지난 70년간 정전협정 유지를 담당해 온 유엔사의 역사와 현황을 소개했다. 또 정전협정 체결 이후에도 계속되는 북한의 군사적 도발, 특히 최근의 핵·미사일 위협을 설명하며 한반도의 안전와 평화를 위해 유엔사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했다.
1950년 북한의 기습남침으로 한반도에서 전쟁이 벌어졌을 때 이탈리아는 아직 유엔 회원국이 아니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국의 적(敵)으로 지목된 이탈리아는 1955년에야 유엔에 가입했다. 그런데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을 침략자로 규정하며 “병력과 물자를 보내 한국을 도와야 한다”고 권고하자 이를 받아들여 자발적으로 의료진을 파병했다.
유엔사에 따르면 이탈리아는 128명의 의사 및 간호사들이 자원해서 6·25전쟁에 참전했다. 이탈리아 의료진이 서울에 세운 병원은 일명 ‘야전병원 68호’로 불렸다. 이들은 전쟁 기간 약 23만건 이상의 처치 및 시술을 수행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한·이탈리아 정상회담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바로 이 점을 거론하며 마타렐라 대통령에게 “이탈리아는 6·25전쟁 당시 군인과 민간인 환자를 치료해 준 고마운 친구”라고 인사했다. 이어 “양국은 자유, 인권, 법치라는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며 다방면에서 꾸준히 우호협력 관계를 발전시켜 왔다”고 강조했다.
이에 마타렐라 대통령은 “이탈리아는 한반도 평화와 안보에 대한 대한민국의 강렬한 열망을 이해하고 공유한다”며 “이를 위해 유엔 안보리가 채택한 모든 결의가 존중되기를 바란다”고 화답했다.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기 위한 한국 정부와 국제사회의 노력을 지지한다는 뜻이다.
현재 82세인 마타렐라 대통령은 헌법재판소 재판관으로 일하던 2015년 7년 임기의 대통령에 처음 당선되었고 2022년 재선했다. 원래 고령을 이유로 그만두려 했으나 여야 모든 정당 대표들이 “다른 대안이 없다”며 7년 동안만 더 대통령직을 맡아 달라고 간청하자 연임을 받아들였다. 의원내각제 국가인 이탈리아에서 실권은 총리한테 있고 대통령은 국민통합의 구심점 역할만 수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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