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9·11테러 뒤 하마스에 손뗐다가 가자지구 첩보 재개
미국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가자지구 최대 의료기관인 알시파 병원에서 작전본부를 운영하고 있다는 정보를 통신감청을 통해 자체적으로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5일(현지시간) 미국이 이스라엘과는 별개로 독립적으로 정보를 수집했으며 파악된 일부 정보는 병원 단지 내 하마스 등 무장대원들의 통신을 감청해 얻은 것이라고 이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전날 이스라엘군은 하마스의 군사 거점으로 지목한 알시파 병원으로 전격 진입해 수색 작전을 벌였으며 병원에서 무기와 군복, 기술장비 등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와 미 국방부는 작전 개시 전에 각각 한 브리핑에서 "하마스와 팔레스타인이슬라믹지하드(PIJ)가 알시파 병원을 비롯한 가자지구 일부 병원을 군사 작전 및 인질을 감추기 위해 이용하고 있다는 정보가 있다"며 이스라엘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이같은 미국의 발표는 이스라엘과는 별개로 수집된 상당량의 데이터에 근거를 둔 것이며, 몇 주에 걸쳐 수집된 통신 내용도 수집된 정보에 포함돼 있다고 소식통들은 WSJ에 말했다.
다만 미국은 하마스가 알시파 병원 단지에서 어느 정도의 규모나 범위로 운영 중인지, 하마스 대원들이 병원 건물 내부나 지하 중 어느 곳에 있는지 등을 파악하지는 못했다고 한 당국자는 전했다.
하마스는 군사 활동에 알시파 병원을 쓰고 있지 않다며 이스라엘과 미국의 발표를 부인하고 있다. 병원을 군사 활동에 활용하는 것은 전쟁범죄다.
병원은 국제법으로 보호받지만, 제네바협약에 따르면 무장세력이 "적을 위해할 수 있는 행위"를 수행하는 데 활용한 병원은 보호조치 지위를 상실할 수 있다.
다만, 미국과 서방 동맹국들은 알시파 병원 공격이 민간인 사망으로 이어지면 중동 지역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분노가 커지고 이란 지원을 받는 헤즈볼라와 같은 다른 무장세력이 전쟁에 뛰어들어 확전될 가능성을 우려해 왔다.
미 당국으로서는 전쟁에서 무장세력이 이번처럼 공격적으로 민간인 기반 시설이나 인구 밀집지역 사이에 숨어든 전례가 없었다는 점이 고민스러운 부분이다.
백악관과 미국 국방부는 이에 대한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거나 이를 거절했다.
앞서 WSJ은 미국이 2001년 9·11 테러 뒤 그 배후인 국제테러단체 알카에다에 집중하면서 하마스에 대한 첩보 활동을 대부분 중단하고 그 책무를 이스라엘에 내줬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최근 하마스를 감청해 정보를 수집했다는 점은 미국이 지난달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으로 전쟁이 발발한 이후 자국 정보수집 자산을 가자지구에 다시 투입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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