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복 중 하나로 불리는 ‘건강한 치아’를 유지하기 위해선 평소 꾸준한 관리가 필수다. 술자리가 늘어나는 연말에는 구강 관리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하는데, 음주로 섭취한 알코올은 혈압을 올려 잇몸 출혈이나 염증을 유발하고 치아를 누렇게 만들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4일 의료계에 따르면 음주로 섭취한 알코올은 혈압을 올려 잇몸 출혈은 물론 염증을 부추기는 역할을 한다. 또 술에는 인공 감미료와 당류가 첨가돼 있어 제때 양치질을 하지 않으면 당류가 치아에 쌓이면서 충치가 발생할 확률을 높인다.
음주는 치아를 누렇게 만드는 주범이기도 하다. 알코올 성분이 치아에서 단단한 표면인 에나멜을 녹이고, 세균이 잘 자라게 하는 환경을 만든다. 특히 와인에서 씁쓸한 맛을 내는 탄닌, 맥주 속 폴리페놀이 치아 변색을 쉽게 만든다. 치아가 한번 변색하면 양치질로는 이전 색깔을 되찾기 어렵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과음 등으로 구토했을 경우에는 반드시 물로 입안을 헹구고, 양치질을 해야 한다. 구토로 입안에 남아있는 위산이 치아를 녹이고, 재생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치과 임플란트를 했거나 시술 중이라면 음주를 피해야 한다. 알코올이 임플란트 주변에 염증을 일으켜 잇몸뼈를 녹이기 때문이다. 상태가 나빠지면 기존 임플란트를 제거하고 재시술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술을 많이 마시면 치주질환 위험이 높다는 국내 연구 결과도 있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치과병원 치주과 박준범·고영경 교수팀이 2008년부터 2010년 사이 20세 이상 남성 8645명과 여성 1만1584명 등 총 2만229명을 분석한 결과 음주량이 많은 남성은 치주질환이 더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연구는 당뇨, 고혈압, 대사증후군 등 건강상태와 나이, 사회경제학적 요인, 하루 칫솔질 횟수와 관계 없이 음주량이 많은 남성에게 치주 질환이 더 쉽게 발생하는 것을 보여줬다.
또 원광대병원 예방관리센터 이영훈 교수팀이 음주와 치주염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 하루 술을 4잔 이상 마시는 남성은 2잔 이내 마시는 남성에 비해 치주염에 걸릴 위험이 1.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거의 매일 소주·양주 구분 없이 7잔 이상(또는 맥주 5캔 이상) 마시는 남성은 치주염 발생 위험이 폭음 하지 않는 남성보다 2.6배 높았다. 해당 연구는 2013∼2014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성인 8359명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박준범 교수는 “음주자들은 귀가 후에도 칫솔질하지 않고 그냥 자는 경우가 많아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과음은 치주 질환을 악화시킬 뿐 아니라 면역력을 저하해 치료 효과도 떨어뜨리기 때문에 치주질환을 진단받았다면 금주할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