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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만의 세계’ 세워가는 8인 작가, 현대미술의 역량 알린다

입력 : 2023-12-07 20:04:51 수정 : 2023-12-07 20: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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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gin with New Eyes’전

최은정·허온 등 1980·90년대생 뭉쳐
뚜렷한 개성이 담긴 작품 형식 선보여

온몸의 감각을 캔버스로 옮긴 방수연
인형 통해 인간 욕망 이미지화 배민영
동물 자유·해방 위한 그림 그린 슈무 등
새로운 시각의 8인 8색 작품 감상 기회

사물을 인식하는 순간, 그 찰나에 느끼는 모든 감각을 포착해낸다. 작가 방수연의 작품 ‘동그라미와 동그라미 6’ 속에 ‘순간의 영속성’이 자리 잡는 이유다.

어둠이 내려앉는 어스름한 무렵은 감각이 편중되지 않고 골고루 깨어나는 시간이다. 작가는 이때 바짝 집중해 그 순간 머무르는 온몸의 감각을 그대로 캔버스에 옮겨 담는다.

방수연, ‘동그라미와 동그라미 6’

작가에게 어둠은 경계를 넘어서는 시간이며 동시에 모든 감각이 살아나는 시간이다. 물, 공기, 어둠, 빛의 이미지를 분절시켜 형상을 마비시켜버린다. 시각보다는 감각에 집중한 이미지로 재탄생시키는 것이다. 그래서 작품에는 청각, 촉각과 같은 별도의 감각들이 회화로 표현된다. 작업이 시작되는 시점을 그리고 그 위에 감각이 머무른 시간을 담아냈다. 이는 나와 타자 간의 물리적 공간을 상쇄시키고 온전하게 감각으로 전하는, 새로운 세계를 이뤄내고야 만다.

작가 슈무는 인간에 의해 사라지거나 죽어가는 동물들의 자유와 해방을 위한 그림을 그린다. 멸종 위기 동물에 집중했던 그의 초기 작품세계는 점점 확장돼 이제 동물 해방운동으로 나아가고 있다. 동물의 손에 들려 있는 끈의 메타포(은유)를 통해 인간의 착취와 차별을 비판한다. 동물들이 인간으로부터 벗어나 평온을 되찾고 하나의 생명으로서 존중받기를 바란다. 끈은 인간의 눈을 가려버린다. 끈을 들고 있는 동물들의 천진한 모습과 눈망울은 생명의 존귀함을 이미 체득하고 있음을 말한다.

슈무, ‘당신에게 건네는’

1980·90년대생 작가 김현이, 방수연, 배민영, 서민정, 슈무, 임승섭, 최은정, 허온은 30일까지 서울시 성동구 성덕정길 58 갤러리 루안앤코에서 ‘Begin with New Eyes’(새로운 시각으로 시작하라)라는 주제를 내걸고 8인 단체전을 갖는다. 동년배 젊은 작가들이 세계미술계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요즘, 때맞춰 자신들만의 뚜렷한 개성이 담긴 작품 형식을 선보이며 국내 현대미술의 예술적 역량과 가능성을 알리고자 한다.

배민영의 ‘Shining, Wind(샤이닝, 윈드) #003’은 극사실주의 작품이다. 그림 속 인형의 모습은 같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모든 이들의 자화상이다. 극단적일 만큼 과감한 광택효과는 마치 진짜 인형을 보는 듯한 착시를 일으키는데, 이는 현대인의 욕망을 이미지화한 것이다. 인형들은 화려하고 부귀하다. 하지만 그들의 표정은 말이 없고, 단조로우며, 생기를 띠지 않는다. 오히려 차갑고 딱딱한 고귀함을 온전히 작품 속에 둠으로써 욕망하는 인간의 본성에 반항하고 나선다.

배민영, ‘Shining, Wind #003’
최은정, ‘정물 No. A- 1’

최은정의 작품 ‘정물 No. A- 1’은 자연과 도시에 대한 깊은 고찰에 바탕을 둔 재해석에서 출발한다. 작가는 식물, 구름, 달, 별과 같은 자연 이미지를 철조망, 담벼락, 파이프 같은 인공 이미지와 결부시킨다. 초현실적 세계를 빛의 세계로 재생산하고 현대인을 불러들인다. 꿈틀거리는 화면 속 조형은 인간의 욕망과 자연의 에너지를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장치이자 캔버스 너머로 분명히 나타날 희망이기도 하다.

미지의 세계에 떨어져 살아가는 거인의 서사를 그려낸 서민정 작가는 캔버스 안에 상상의 공간을 구축하고, 그곳에 본인만의 거인을 배치한다. 거인의 세계는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구조에서 영감을 받았다. 건물의 생김새, 계단, 벽과 벽의 경계, 산등성, 나무의 굴곡 등이다. 주어진 세계에서 몸을 비집고 들어가 자신의 보금자리를 찾으려 애쓰는 거인의 모습은 우리의 모습과 많이 닮아 있다.

서민정, ‘Two Gods’
김현이, ‘만다라-너랑 내가 만나서 세상이 생겨났어’

김현이의 작품 ‘만다라-너랑 내가 만나서 세상이 생겨났어’에는 존재들의 초현실적인 만남이 있다. 각자 다른 삶의 방식과 환경에 익숙한 존재들의 부자연스러운 소통이 보인다. 하늘을 날고 있는 돌고래와 사막에 서 있는 오리가 우주에 함께 있는 모습은 유머와 내러티브를 동시에 펼쳐낸다. 내러티브에 힘을 싣는 밝고 화사한 색감들은 동화적인 모티브를 더욱 극대화시킨다. 작품 속 모든 존재들은 타자이며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 또한 확장된 캔버스의 세계에서 타자로 존재한다. 소통이 없는 미지의 진공 속에서 고요한 세계관을 시끄럽게 뒤바꾸는 것은 이를 들여다보는 관람객으로부터 시작된다.

수많은 칼질로 어둠을 지워내고 마침내 안쪽의 밝은색을 드러내며 흑과 백의 구분을 명확하게 남긴다. 허온의 ‘오후의 환희’다. 까만 스크래치 보드 위 하나하나 긁힌 흔적은 마치 과거의 기억을 회상하는 듯 정적인 고요함을 낳는다.

허온, ‘오후의 환희’
임승섭, ‘I am here#2’

임승섭의 작품에 내재된 주제는 친숙하고 거부감 없이 대중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동화 같은 이야기다. 눈으로 보는 것과 머리로 이해하는 것의 간극을 좁히려 애쓴다. 감상하며 즐길 수 있는 대상의 폭을 넓히는 데 목적을 둔다. 동화의 형식을 빌려 현시대를 반영하고, 그 안에 재치와 풍자를 담아 공감을 시도한다.


김신성 선임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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